모바일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스타트업들도 줄지어 뛰어들고 있다. O2O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모바일화가 급속화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O2O(Online-to-Offline)는 모바일을 통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의미한다. O2O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고 컴퓨팅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지금까지는 PC 중심의 컴퓨팅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그 중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O2O가 가지고 올 세상의 변화는 인터넷 등장 전후와 유사하다. 국내 시장 규모도 약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O2O 투자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벤처 투자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O2O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약 6조원에서 올해 1분기 약 1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비슷하지만 투자 규모는 크게 축소되었다.
투자금의 축소로 O2O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종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홈서비스 업체 홈조이(HomeJoy)는 6,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지난해 폐업하고 말았다. 기대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폐업을 하면서 O2O 업계에도 위기감이 돌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나마 미국과 중국은 O2O 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투자가 감소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제 막 싹이 트는 단계에서 글로벌 투자 환경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O2O 스타트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O2O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상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우버택시나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적한 도시 외곽이나 교외 지역에서는 택시 잡기가 어려웠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심야 시간대에도 택시 잡기가 불편했다. 이런 공간적, 시간적 불균형을 우버택시나 카카오택시가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앱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방을 보러 다니는 수고를 혁신적으로 줄여줄 수가 있었다. 세 번째로는 온라인화했을 때 이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온라인화했을 때 장점이 없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에어비앤비나 배달, 맛집 추천 등의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O2O 서비스의 사업 유형은 크게 시장 파괴형(또는 혁신형), 시장 조화형, 시장 틈새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 파괴형은 우버택시 같은 경우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파괴하거나 혁신시키는 사업 유형이다. 시장 조화형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을 결합해 서비스하는 유형이다. 택시, 배달, 모텔, 맛집 등의 O2O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 틈새형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는 없는 모델로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연계 서비스가 등장한 유형이다. 차량 공유나 모바일 식권 등의 서비스가 시장 틈새형에 속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O2O 스타트업은 어떻게 사업 기반을 다지고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이들의 생존 전략으로는 크게 여섯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Legwork)’. O2O 사업의 핵심은 오프라인에 있다. 비중으로 치자면 오프라인이 90% 이상이고 나머지가 온라인이다. 그만큼 오프라인이 중요하다. 오프라인을 모르고 사업을 하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오프라인을 잘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현장에 자주 가야 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O2O 기업 창업자들은 초기에 데이터를 모으
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오프라인의 현실을 잘 파악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불편함을 잘 해소시키는 것이 O2O 사업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 번째는 ‘이슈가 되게 하라(Issue Maker)’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버택시를 이용하지 않지만 우버택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버는 각종 사회적 이슈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서비스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식신히어로는 맛집 배달 후발주자이지만 쉑쉑버거를 배달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콜버스는 사업허가를 놓고 택시조합과 충돌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슈를 만들면 마케팅 비용 없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프레임(판)을 짜라(First Mover)’는 것이다. O2O 서비스 기업은 대부분 퍼스트무버이다. 그만큼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렵게 자신만의 판을 짤 필요가 있다. 즉, 게임의 룰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후발주자는 그 규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당연히 먼저 판을 장악한 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상생(Collaboration)’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고 남들이 잘하는 것이 있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는 것이 투자비도 적게 들고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공존(Coexistence)’이다. 시장에는 이미 이길 수 없는 큰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대기업이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처음부터 그들과 경쟁한다면 승산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제공하고 같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하지 않고 자그마한 틈새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끝까지 하라(Rain Maker)’는 것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우사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경영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끝까지 버티고 생존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O2O 스타트업들은 이제 성공의 방정식보다는 생존의 방정식을 만들어가야 하겠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