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엔고에 3조엔 날렸다…日간판기업 M&A에 사활

8대 제조업체 5년래 최악 성적표

매출 급락 타개책으로 M&A 적극

소니, 배터리 사업 무라타에 매각

3대 선사는 내년 합자회사 설립

파나소닉 모바일·가전분야 축소

사진=블룸버그통신사진=블룸버그통신


연일 고공행진 중인 엔화가 일본 8대 제조업체의 매출 3조엔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엔고로 최근 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 기업은 손실 최소화의 수단으로 인수합병(M&A)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MBC닛코증권의 8일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4~9월) 기준 일본 주요 제조업체 709곳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7.9% 하락했다. 매출 총이익은 전년동기보다 평균 9.3%나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투표 이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추세 속에 엔·달러 환율 100엔선이 무너지는 등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소니·혼다·닛산·파나소닉·미쓰비시중공업·릿코·히타치·고마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출기업들은 같은 기간 엔고의 영향으로 최소 290억달러(약 3조265억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엔·달러 환율은 평균 105.2엔으로 전년의 121.9엔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고 기조로 타격을 받은 이들 기업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토 게이치 SMBC닛코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도 FT에 “기존의 비용절감 방식만으로는 (환율 영향을 상쇄할) 여지가 부족하며 M&A의 모멘텀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의 경우 올해 4~9월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나 급락한 260억엔을 기록했다. 엔고의 후폭풍이 쉽게 가시지 않자 소니는 내년 1~3월의 순이익 예상치도 전년비 46% 감소한 800억엔에서 59% 떨어진 600억엔으로 낮췄다.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배터리사업 부문을 무라타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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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해운불황의 한가운데 있는 3대 선사 NYK(니폰유센)·K라인(가와사키기센)·MOL(미쓰이OSK)의 컨테이너 부문 합자회사도 엔고의 영향을 받았다. “생존을 위한 합병”을 부르짖으며 독자 사업을 접은 이들 3대 선사는 모두 직전 분기(4~9월)까지 영업손실을 냈다. 이 합자회사는 내년 7월 설립 예정이며 비용절감과 경쟁력 향상 등 시너지 효과는 연간 1,1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 역시 모바일이나 텔레비전 등 가전 분야를 축소하고 자동차와 하우징비즈니스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이 M&A만으로 엔고의 영향을 걷어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보다 강도 높은 비용절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가누마 지사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 투자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다”며 “본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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