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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커튼콜' 삼류 에로극단의 '햄릿' 도전기, 행복한 커튼콜 가능할까?(종합)

대학로 연극판은 늘 혼잡하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순수예술을 표방하는 극단부터 호객에 의존하는 코미디, 에로까지 온갖 극단과 그들이 만든 작품이 뒤섞여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들은 주요 소재, 타깃, 장르 면에서 서로의 경계를 거의 침범하지 않는다. 못한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법칙과도 같은 고정관념’을 깬 영화가 등장했다. 3류 에로극단의 ‘햄릿’ 도전기, 현실에서는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 스크린에서 벌어진다.


11월 8일(화)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영화 ‘커튼콜’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류훈 감독과 배우 장현성, 박철민, 전무송, 유지수, 이이경, 채서진, 고보결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커튼콜’은 경제 불황으로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삼류 에로극단 연출자 ‘민기’(장현성)와 제작자 ‘철구’(박철민)가 늘 꿈에 그리던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우여곡절 끝에 막은 올렸지만 예기치 않은 실수와 애드리브가 난무하며 공연의 열기는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다.

/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철민(좌), 류훈 감독(가운데), 배우 장현성(우)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철민(좌), 류훈 감독(가운데), 배우 장현성(우)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


간담회 현장 분위기를 주도한건 역시 박철민이었다. 그는 첫 마디부터 “최순실 악역의 큰 영화가 있다 보니 기자들이 모두 그쪽으로 간 것 같다. 우리 영화의 매력도 나눴으면 좋겠다”며 어색한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장르는 코미디지만 기획의도는 사뭇 진지하다. 류훈 감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3류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이 원치않게 장애물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그 삶이 멋지고 훌륭하거나 폼나지 않더라도 사는걸 그만둘 수는 없지않나. 끝까지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제작진이 표방한 장르는 ‘라이브코미디’ 3류극단이 ‘햄릿’을 공연하며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사고들이 무대 위는 물론 뒷모습까지 동시에 등장한다. 류훈 감독은 “무대 위와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시에 보여주는게 상당히 어려웠다. 배우들이 직접 해보니 타이밍상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시나리오를 고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극의 무대 윗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구현하는건 보통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를 영화적 문법으로 풀어내는건 독특하면서도 어려운 시도다. 장현성은 “류훈 감독과 상의 끝에 연극을 만드는 것처럼 연극 ‘햄릿’과 영화 ‘커튼콜’을 각각 준비하고 둘을 조합하며 문법적으로 풀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영화 열린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과 류훈 감독(가운데)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영화 열린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과 류훈 감독(가운데)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


배우들은 실제 연극을 준비하는 것처럼 연습실을 빌려 2~3주간 ‘햄릿’ 공연을 준비했다. 카메라가 객석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극중극은 영화 속 현실과 공연장면을 구분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장현성은 “분명 처음 등장하는 놀라운 형식에 웃다보면 자연스럽게 휴머니즘까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철민 역시 “영화는 두세번 리딩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완벽하게 자기 연기를 숙지하고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는데 반해 ‘커튼콜’은 3주 가까이 연극을 준비하듯 작업했던 과정들이 가장 중요했다”며 “이 부분을 작품에서 느끼신다면 행복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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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상업영화에 비해 제작비가 적은 만큼 흥행에 대한 배우들의 의지는 상당했다. 장현성은 작품의 완성도를 확신하고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에 홍보비용을 투자하게 만들기도 했다. 150만 관객을 예상한 장현성은 “흔히 하는 공약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이렇게 똘똘한 영화가 나왔다는걸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전무송은 “많은 돈을 들여 대규모 관객과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영화공부를 하는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 친구들이 작업을 해야 우리 영화계가 발전할텐데 여러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아 안타깝다.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철민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8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커튼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철민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 사진=지수진 기자


적은 제작비는 박철민을 통해 웃음으로 승화되기도 했다. 그는 “15회차 촬영 모두 도시락을 먹었다. 경제적 형편상. 매번 모두 같이 먹게됐다”며 “밥을 먹으며 항상 이전에 찍은 신, 나중 신을 배우, 스태프가 함께 논의했던 과정이 깊어진 하모니로 발휘됐다고 생각한다. 못난 배우들의 처절한 이야기가 깊은 질문을 하게 되는 영화이니 만큼 많은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3류 에로극단’과의 맞춤식 만담도 박장대소를 자아냈다. 박철민은 “에로연극을 하는 극단 이야기를 하는데도 여배우들이 아주 꽁꽁 싸매고 와서 대기실에서 화를 냈다”며 “우리는 에로 연극을 했던 루저 극단이니만큼 좀더 노출이 많아야 한다, 베드신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감독이 절제해 아쉬웠다. 다만 내 뜨거운 노력과 열정으로 상징적인 몇 장면을 만들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에 류훈 감독이 “15세 관람가에 맞춰야 했다”고 항변하자 그는 “전체적으로 15.6세 관람가다. 조금 더 집중해 보면 18.7세도 있다.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우리 작품도 아는만큼 보인다”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삼류 에로극단이 도전한 ‘햄릿’이 무사히 커튼콜을 맞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영화 ‘커튼콜’은 12월 8일 개봉한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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