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바람은 기계공학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나노·바이오·에너지가 공학과 만나 새로운 학문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기계공학자들이 이들 신생 연구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조맹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고전적 기계공학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박하게 진행됐다”며 “융합·협력 연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이번 연구 성과도 기계공학에 재료과학, 역학적 시각을 더해 이뤄낸 것이다. 학문 간 융합은 시선을 돌리는 이치와 같다. 각도를 달리 보면 난제를 해결할 방법과 의도치 않게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기계공학뿐만이 아니다. 전기나 토목·건축 등 주로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해당 학문들은 물리학의 특성상 방정식을 통해 데이터(해)를 구하는 것이 특성인데 반대로 축적된 데이터로 공식을 만드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산학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데이터 과학과 물리학이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 활용은 필연적으로 컴퓨터가 데이터 분석으로 스스로 학습해 궁극적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하는 딥러닝 인공지능(AI)과의 접점을 형성한다.
조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는 그동안의 비행 관련 실험이 무수히 쌓여 있는데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드는 ‘역순’으로 계산식을 도출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모형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융합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다학제’ 연구를 하려면 여러 전문 분야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문·분야 간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강조하지만 연구 방법은 우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자 본인이 자신의 방법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연구는 미궁으로 빠집니다. 연구의 갈래를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숙고해야 하지만 방향이 설정되면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죠. 결국 과학은 고난을 극복하고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