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45대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그동안 미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거나 승리를 예측한 언론은 전무하다시피했다. 언론뿐 아니다. 기성 정치, 경제계는 물론이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등 저명한 경제학자 370명이 트럼프에게 공개적인 반대 성명을 내는 반대 일색이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공화당 지도부조차도 대선 과정에서 그의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선거 막판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유출’로 공화당 유력 30명 인사는 “트럼프는 사퇴하고, 후보로 교체하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당선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의 캠페인 성공 요인을 짚어봤다.
1. 저소득 백인층· 反기득권층 공략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신진세력이자 아웃사이더로 등장하며 ‘미국 자유무역 정책과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공격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월가 자본가들과 전통적인 보수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트럼프는 홍보 전략으로 “힐러리는 월가를 위한 후보”라고 부르며 기존 기득권과 힐러리는 한패라고 강조했다.
그의 강력한 주장은 2012년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시위를 떠올리며 젊은층, 저소득층 그리고 反기득권에게 힐러리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트럼프의 이같은 전략은 배고픈 청년층, 저학력 저소득층, 불법체류자로 일자리를 뺏기는 反이민론자들에게 적중했다. 지난 7월 기준 미국 고졸 이하 백인들에게 트럼프 지지율은 무려 66%였으며, 저학력 백인들에게 받은 득표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기를 잡은 주요 요인이 됐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주 등은 공업 지역이 많아 이곳의 저학력층 유권자는 대부분 트럼프를 찍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시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은 민주당이지만 클린턴은 ‘서민의 대변자’와 다른 행보를 보이며 부자 유권자들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모금하는데 열을 올려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2. ‘진심이 없다’...힐러리에게 등 돌린 소수계층
힐러리는 이민자, 흑인, 중남미계 등 소수계층에 구애했다. 특히 이번 조기 투표에서 히스패닉층이 지난 2008년에 비해 올해 129%(59만6,000여명) 늘어나 승리를 예견했지만 막상 표를 열어보았을 때 그 표는 힐러리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같은 이유는 트럼프가 소수계층을 위한 전략을 잘 편 것이 아니라 힐러리가 그동안의 행보로 인기를 깎으며 트럼프에게 반사이익을 줬단 분석이다.
트럼프는 상원의원 시절 클린턴이 ‘이라크를 피바다로 만드는 계획을 지지했다’고 계속해서 비판했고, 2008년 오바마와의 경선에서 힐러리가 이란을 “(지도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수계층을 감싸지 않는 힐러리의 발언을 공략하며 힐러리가 챙길 수 있는 득표를 점차 무너뜨린 것으로 파악된다.
또 과거 힐러리 클린턴의 캠페인 매니저 존 포데스타가 히스패닉계 인사 명단을 힐러리에게 보내며 “가난뱅이(needy) 히스패닉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이메일을 보낸 점도 중남미계 소수계층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화당 전략가 레슬리 산체스는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히스패닉계 지지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국경 안보를 우려한다.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가 뭔가 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3. 먹히지 않은 힐러리의 ‘우먼카드’
이번 미 대선에서 힐러리는 ‘우먼 카드’를 들고 나오며 본격 성대결을 예고했었다. 우먼카드는 힐러리가 전략적으로 여성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트럼프는 “만일 힐러리가 남자였다면, 5%도 득표하지 못했을 거다. 힐러리가 잘하고 있는 것은 ‘우먼카드’를 쓴 것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여자들이 힐러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Fox news, ABC 방송 등 모든 방송과 연설에서 힐러리의 우먼카드를 공격해오며 여성으로서 최초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힐러리에게 역으로 “여성 후보”의 가치를 떨어뜨려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트럼프가 운영한 기업은 늘 남녀가 평등한 임금을 받도록 해왔다는 점, 직장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쫓아내는 대신 지원을 해왔다면서 여성에게 민감한 ‘보육카드’를 꺼낸 점이 힐러리의 카드를 무력화 시킨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