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친구들과 동굴 속에 들어갔다가 며칠 만에 홀로 어른이 돼 나타난 소년 성민 역을 연기한 강동원을 최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에서 성민은 열세 살 소년이었지만 갑자기 스무 살 청년이 돼 나타난다. 비현실적인 설정에 공감은 하냐고 묻자 “‘가려진 시간’은 순수한 마음, 사람에 대한 마음 등 믿음에 관한 영화”라며 “영화를 찍는 내내 믿어야 했고 믿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동원의 외모에 대한 대중의 찬사는 호들갑스럽다. ‘비주얼 깡패’, ‘비현실적인 기럭지’ 등이 그의 별명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생긴 강동원도 어느덧 삼십 대 중반. 스무 살 성민 역은 그에게 부담이 아니었을까? 이에 대해 강동원은 촬영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저희가 타임슬립한지 얼마나 됐는지 날짜를 계산하면서 ‘우리 스무살이네’라고 친구 태식이에게 말하잖아요. 태식 역을 맡은 엄태구 씨랑 서로 쳐다보면서 ‘어 얼굴은 스무 살이 아닌데’라고 말하면서 웃었어요. 그냥 이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그런데 저는 제 비주얼이 막 그렇게 좋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면서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닭살이 돋는다는 듯 제스처를 해 보이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미지 때문인지 소설도 판타지를 읽고 만화책을 즐겨볼 것 같은 그이지만 뜻밖에 뉴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검은 사제들’ 상영 당시 그가 한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뉴스를 보는 일이에요. 주로 정치, 사회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관심있는 이슈는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팔로업을 해요.” 그러면서 그는 “주로 연예 뉴스를 볼 것 같지 않냐”고 반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연예 뉴스는 주로 뭔가 행사가 있고 나서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오후쯤 나와서 아침에는 잘 안 봐요. 그리고 객관적인 뉴스를 표방하는 모 매체를 온라인으로 구독해서 봐요.”라고 덧붙였다.
이제 강동원은 충무로에서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로도 자리매김했다. 그가 출연한 ‘늑대의 유혹(2004)’, ‘초능력자(2010)’, ‘검사외전(2015)’, ‘검은 사제들(2015)’ 등은 연이어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검사외전’은 1,000만에 조금 못 미치는 970만 명을 동원했다. 그래도 강동원은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0대 감수성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영화예요. 친구와 우정에 대한 믿음은 10대에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 나이가 되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혹은 경험에 따라 많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을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지는 흥미진진하고 미스터리한 스토리를 통해서 다시 생각하고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뷰하면서도 계속 조심할 만큼 ‘가려진 시간’은 추리 요소도 강해요.”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