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자리가 마련된 경위·과정은 물론 대화 내용까지 파악해야 박 대통령의 두 재단 설립·모금 등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진위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현대자동차·LG·SK·CJ·한화 등 임원들이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총수들과의 면담 사실을 아예 몰랐다거나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해들은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도 이른바 ‘독대’ 총수 7인에 대한 조사를 앞당기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한 것은 7월24일이다. 당시 공식 행사 때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이틀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대기업 참여를 독려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도 대기업 총수와 따로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이 앞으로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당시 개별 면담에 앞서 대통령에게 참고자료로 각 기업의 주요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알려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에 각 기업이 해결을 원하는 ‘민원’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외신들이 국내 사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경제적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에 여러 국내 기업들이 연루됐다고 알려지면서 후지TV·블룸버그 등 국외 언론사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대기업 총수 조사가 기업 이미지 훼손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직접 소환과 서면조사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겠다”며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얘기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총수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