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서양미술사의 그림vs그림>누드 소녀의 각기 다른 사연

■서양미술사의 그림vs그림

김진희 지음, 윌컴퍼니 펴냄

독일 뮌헨의 알테피나코텍이 소장한 프랑수아 부셰의 ‘누워있는 소녀’독일 뮌헨의 알테피나코텍이 소장한 프랑수아 부셰의 ‘누워있는 소녀’




미국 올브라이트-녹스미술관이 소장한 폴 고갱의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미국 올브라이트-녹스미술관이 소장한 폴 고갱의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


그림 속 주인공은 벌거벗은 채 엎드린 소녀다. 요즘이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문제작이 됐을 법한 두 그림은 프랑수아 부셰의 1752년작 ‘누워있는 소녀’와 폴 고갱의 1892년작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이다. 백진주와 흑진주만큼이나 살색은 대조적이나 권력관계의 희생양이라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부셰의 작품 속 소녀 루이즈는 가난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 8살부터 화가의 모델 일을 하다가 이 그림을 계기로 루이 15세의 성적노리개로 뽑혀 가 17살에 딸까지 낳았지만 궁에서 쫓겨났다. 고갱의 침대에 누운 여인은 13살 어린 나이에 43살 고갱의 ‘현지처’가 된 타히티의 테하아마나다. 다분히 제국주의적 시선으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본 여성 누드를 그렸음에도 고갱은 “노골적인 도상에 심오하고 아름다운 해석이 덧붙기를 바라며” 구차한 설명과 함께 난해한 제목을 얹었다.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비슷한 그림 둘을 나란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색다른 감상법을 전한다. 저자는 문명사회의 희생자로, 낭만적 전위예술가로 이름을 남긴 고갱을 두고 “훌륭한 예술작품은 존경할 만한 인격과 품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형편없는 인격에도 불구하고 그 폐허를 거름 삼아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매섭게 꼬집는다. 2점씩 14쌍을 소개했는데 그림 뿐 아니라 문화사·사회사, 화가론까지 넘실대는 글맛도 기막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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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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