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트럼프 리스크 한은 금리 동결] 커지는 국내외 불확실성...통화정책, 가계빚→트럼프 변수 관리로

수출 빨간불·정국 불안 등에

이주열 '불확실성' 15회 언급

"금리정책은 거시경제도 봐야"

내년초 인하카드 나올수도

美는 금리인상 기조 유지 예상

한은, 성장 떠받쳐야하는데

외국인투자 붙잡기도 나설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이호재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이호재기자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방점이 가계부채에서 ‘트럼프 리스크’로 옮겨갔다. 우선 보호무역의 깃발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내년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데다 내년이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건설투자마저 힘이 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 불안에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수습하는 데 힘이 부친다. 한은이 그동안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 탓에 묶어놓았던 금리 인하 카드를 언제 다시 꺼내 들지 고심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요인이 발생해 국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져 전반적인 성장세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에 우리 경제가 2.8% 성장한다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유가 상승으로 올해 2.3%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교역 신장률이 내년 3.2%로 개선되면서 우리 수출도 회복할 것이라는 게 주요 근거였다. 한은은 당초 올해 부가가치 기준으로 상품 수출 증가율이 1%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2.5% 뛰어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9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우리 수출품의 15%가 향하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수출 전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총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높은 관세 부과 및 비관세 장벽 시행 등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세계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 회복세가 멀어지면 한은이 전망했던 성장률 2.8% 달성도 요원해진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불안한 것도 대내외 불안 요소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 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을 언급한 횟수도 15회에 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전망에 비해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이 생겼다”며 “각 부처가 경제정책을 조율하면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경제주체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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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내년 초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은 저성장이 계속될 경우 한은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은도 금리 동결의 주된 요인이었던 가계부채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뿐 아니라 거시경제도 봐야 한다”며 “지금의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상황 움직임을 주시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하의 여지도 남겼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정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크게 본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내년 적정 인상 횟수를 2회로 보고 있으며 이 전망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서는 떨어지는 성장률도 받쳐야 하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떠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도 붙들어 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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