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질서 흔드는 ‘미국 우선주의’] "환율조작국"vs"RCEP 속도"...G2 대결에 세계무역 반토막 우려

(2)보호주의, G2 무역전쟁 불붙이나

트럼프, 中 약탈자 취급...보복관세·M&A 저지 등도 고려

中은 美국채 대거 매각·민감품목 수입 제한 카드 준비

양국 갈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한미FTA 불똥 튈수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주의 정책은 전 세계에서 무역전쟁을 일상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글로벌 무역의 약탈자로 취급하면서 취임 직후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언한데다 중국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요2개국(G2)이 전례 없는 전방위 무역·통화전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놓고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나서기보다는 중국 등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 개별 사안별로 정밀 타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역시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에서 한발 빼는 틈을 타 16개국이 협의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영토 확장에 나서는 한편 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소규모 보복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국을 ‘일자리 도둑’이라고 비난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자국 경제를 위한) 돼지저금통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임 즉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고율관세를 중국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도 전면 조사에 나서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대중 수입 규모는 지난해 4,841억달러로 수출(1,167억달러)의 4배에 달해 대중 무역수지 적자만 3,000억달러를 넘는다. 특히 트럼프에게 몰표를 몰아준 미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옛 공업지역)는 중국 제품이 범람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이 같은 미국 내 민심을 자극하고 이용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정부 출범 이후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중국은 일단 트럼프의 공약들을 ‘선거용’으로 애써 폄훼하며 짐짓 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중미는 광범위한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양국 경제계는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는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고율 보복관세를 취할 때 최대한 반격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성장률이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면 중국 서민들 삶에 피해가 커 중국 정부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시 1조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 보유분을 풀며 적극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45%의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면 중국 역시 미 수입품에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올 8월 미국이 자국 냉연강판에 고율 관세를 매기자 미 철강제품에 48.5%의 관세를 추가로 매겼다. 물론 워낙 중국의 수출 물량이 커 관세 전쟁은 중국 측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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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 기업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어 우회적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는 65건으로 금액으로는 511억달러에 달했다. 아울러 중국의 만성화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바탕으로 무역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은 트럼프의 반(反)무역자유화에 장벽을 세우는 역공으로 허를 찌를 태세다.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려 하자 한발 늦었던 RCEP 추진에 속도를 내며 통상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계속된 불공정무역 조사나 관세 보복에는 미국 자동차나 정보통신 제품의 부품 공급에 지장을 주거나 농산물 등 일부 민감 품목에 강한 수입제한 조치로 맞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전방위로 지속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유탄이 날아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형국이 우려된다. 미중이 전초전 성격으로 한국을 먼저 희생양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간 무역전쟁 촉발 속에 글로벌 보호무역 물결이 높아지면 내년 세계 교역 증가세가 반 토막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는 보호무역주의로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2.8%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으며 내년 전망도 3.6%에서 1.8%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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