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무심코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주고받은 내용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해당 문자에서 이 대표는 “장관님 정현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것 아시죠”라며 “비서 소리 이제 그만하시죠. 부족한 제가 자꾸 인내의 한계를 넘으려고 해요”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백번 이해하려고 해도 이렇게 반복해서 비서 운운하시니까 정말 속이 상합니다”라며 “아무리 (연배가) 아래지만 공당의 장수인데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두십시오”라고 거듭 하소연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은 “그러니까 잘해. 이해하고 알았어요”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박 비대위원장은 “나에게 충성 말고 대통령 잘 모셔. 왜 하필 어제 우릴 그렇게 심하게 조지시면 아침 조간 보고 우리 의원들 좋겠어요?”라며 “확 분위기 돌았어요”라고 언짢은 심사를 드러냈고 이 대표는 “이해합니다. 장관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해당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박 비대위원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른 문자를 확인하다 사진이 찍혔다. 제 불찰로 송구하다”며 “지난 9월23일 낮12시14분에 발신한 내용이다. 이 대표께도 사과 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9월 23일 당일 페이스북에 “미르·K스포츠재단의 문제가 없다면 국정조사나 특검해서 밝히면 된다”며 “이런 말을 이 대표께 얘기했지만 역시 그는 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 비서였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이날 에피소드를 놓고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여야가 치열한 기 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박 비대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노출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한편 이날 언론에 찍힌 사진으로 이 대표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노출되면서 이 대표가 20년 간 유지해 온 ‘018’ 번호를 변경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