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시동 걸린 트럼프노믹스…경기부양 기대속 '트럼플레이션' 우려도

금융위기 방지위한 '도드프랭크 법안' 폐기 공식화

재정확대 규제완화 가능성에 美증시 연일 상승세

국채금리 달러화가치 폭등 금융시장 불안 혼재



도널드 트럼프 인수팀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도입된 도드프랭크법안의 폐기 방침을 공식 선언하면서 ‘성장률 4%’ 목표를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일명 ‘트럼프노믹스’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지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미국 경기 호황을 이끌었던 ‘레이거노믹스’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친기업적 규제 완화, 강력한 보호무역 등 파격적 공약들로 이뤄진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시장은 일단 단기적 경기부양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뉴욕증시는 연일 상승세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요 공약인 대규모 감세와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파른 금리 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 일명 ‘트럼플레이션’을 초래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가 레이건 시대와 같은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경상적자)’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주가와 함께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연일 치솟으면서 금융시장에는 기대와 불안이 혼재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이 대선 승리 하루 뒤인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도드프랭크법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로 이를 대체할 것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선거 기간 과격한 경제 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던 시장은 막상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거듭 강조해온 금융 산업 규제완화 공약 실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금융주의 가파른 상승에 힘입어 1.17% 오른 1만8,807.88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정권에서의 규제완화가 예고된 에너지·헬스케어 산업 등도 줄줄이 올랐다. LA타임스는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대선 전에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선거 이후 기업인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보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 뉴욕에서 열린 딜 북 콘퍼런스에서 “트럼프의 정책은 시장친화적(market-supportive)”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채권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확대 정책이 촉발할 ‘트럼플레이션’과 미국 경제 앞날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2.118%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대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전날 1.73%에서 이날 1.89%까지 올랐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와 재정지출 증가라는 정책을 조합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투자자들이 미 국채 투매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에도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틴 헤가티 블랙록 채권 매니저는 “트럼프의 감세정책과 금융 및 노동시장 개혁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예상 등과 맞물려 강세장(가격 상승)을 유지하던 채권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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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당선으로 금리가 상승세를 타자 외환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달러당 106.93엔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10개 교역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화지수는 1.02%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이 레이거노믹스의 후유증으로 나타났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고 법인세를 15%로 대폭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우는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 재정은 레이건 시절과 같은 적자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역수지 개선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보호무역주의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경기부양 기대 속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무역수지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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