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우리은행 "내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은행 빅4 '리딩뱅크' 진검승부

[우리은 민영화…금융산업 지형도 바뀐다] <상>'메기'의 등장과 새로운 경쟁

2년간 민영화 준비하며 체질개선

보험·증권 등 M&A로 몸집 불려

직원 성과급 체계 바꿔 영업 강화

'외풍' 심했던 지배구조도 안정화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상당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에 이어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새로운 모맨텀이 생기면서 ‘리딩뱅크’를 둘러싼 4강(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든 인터넷 전문은행보다도 우리은행이 금융시장의 진짜 ‘메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 민영화가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퀀텀점프를 하게 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민영화로 인해 당장 우리은행의 외형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족쇄를 차고 있던 우리은행의 ‘체질’이 민영화를 통해 확 바뀔 수 있다는 부분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배구조의 안정과 성과 중심체제 정착, 과도한 감사 리스크에서 해방될 경우 우리은행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빠른 시일 안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5대(신한·KB·하나·농협·우리) 금융지주체제가 구축되고 지주 중심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경우 증권과 보험업계를 아우르는 격변이 예상된다.


당장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세를 크게 불렸으며 신한금융도 신한금융투자 증자 등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이번 민영화를 통해 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동양생명 각 업계의 주력 플레이어들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항공모함(금융지주사)과 구축함(은행)의 싸움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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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따르면 민영화를 준비해온 우리은행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총자산, 당기순이익, 원화 예수금, 대출자산, 건전성 지표 등을 두루 놓고 볼 때도 우리은행은 주요 대형 시중은행들에 비춰 전혀 손색없는 외형을 갖췄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 모두 총자산(신탁 제외)이 300조원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당기순이익 규모는 신한은행이 독보적으로 앞서고 나머지 은행들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다.

우리은행은 한때 대기업 여신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부실자산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환골탈태’ 수준의 건전성 개선을 이뤄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5%로 4대 은행 중 여전히 가장 높기는 하지만 NPL 커버리지 비율이 155.9%까지 올라 충당금 쇼크에는 완벽하게 대비를 해놓았다. 우리은행은 특히 계열 증권사나 보험사 등 ‘아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올 3·4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의 채권단에서 전격적으로 빠진 것은 ‘달라진 우리은행’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건전성과 수익성이 개선된 가운데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계기로 공격적으로 영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우리은행은 그간 예금보험공사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미흡한 직원 성과급 체계를 유지해왔고 준정부기관 취급을 받으며 한국은행·금융감독원·예보·감사원 등 다양한 기관의 감사 리스크에 1년 내내 노출돼 있었다. 이에 따라 직원들 역시 영업의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려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준공무원화’된 것이 기업으로서 우리은행 체질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당장 성과급 체계부터 개선해 직원들이 영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며 “자사주 형태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 성과급을 60세가 지나야 찾을 수 있도록 한 스웨덴 한델스방켄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외풍이 심했던 지배구조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다. 상업·한일은행 시절부터 되짚어봐도 우리은행 은행장들의 평균 임기는 1년6개월 안팎에 불과하다. 정권을 등에 업은 외부인사들이 행장으로 오는가 하면 인사철에는 행장의 인사권보다 ‘정치권 줄 대기’가 우선한 것이 우리은행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통해 소형 은행에서 리딩뱅크 자리까지 오른 신한금융이나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확 달라진 KB금융의 사례를 봐도 은행의 지배구조는 은행의 체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정부가 공언한 대로 우리은행에 대한 개입을 완전히 중단하고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질서 있는 후계구도를 구축해야 우리은행 민영화가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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