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16년 만에 정부의 품을 떠나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게 됨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은 향후 우리은행 경영의 주축이 될 새 이사회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이번 지분매각 이후에도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율 21.36%로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이번 민영화 작업의 핵심이 새 과점주주, 즉 민간 중심의 자율경영 보장에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도 이날 낙찰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우리은행의 실질적인 경영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과점주주 발표와 함께 “예보·우리은행 간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 해제와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신속한 선임, 또 이들 중심의 경영지원 체제 구축 등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우리은행 7개 낙찰자의 대금 수령 및 주식 양도절차는 다음달 중순이면 모두 마무리된다. 금융위 승인이 필요 없는 투자자의 경우 오는 28일까지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이후 예보와 우리은행 간 MOU가 해제되고 낙찰자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한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12월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이날 과점주주로 선정된 7개사 중 사외이사 추천권을 선택한 곳은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곳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선택한 5개사는 지분 양수대금을 완납하면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 과점주주로서 참석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이사는 현재 11명(사내 4명·사외 6명·비상임 1명)이지만 다음달 임시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2명이 빠지고 새 사외이사 5명이 합류하면 최대 14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새 과점주주들의 경영 참여권 확대 차원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홍일화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교수, 정한기 전 호서대 교수, 고성수 건국대 교수 등 4명의 기존 사외이사는 임시 주총에서 조기 사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후임 물색 작업을 맡을 임원추천위원회 역시 새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은 일단 임시 주총에서 내년 3월 주총까지 임기가 연장될 것으로 보이며 금융권에서는 내년 주총에서도 임추위가 이 행장의 정식 연임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이사회 구성 후 후임 행장 선임까지 시간적 여유가 3개월에 불과한데다 핀테크, 생활밀착형 플랫폼,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우리은행 기존 사업들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임추위가 연임이라는 안정적 카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이들 사업은 한화생명·한투증권·키움증권 등이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이번 지분매각에 재무적투자자로서의 참여를 결정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뚜렷한 실적 및 자산 건전성 개선세와 추가 성장을 담보하는 신규 사업들의 성장 가능성은 이번 민영화 성공의 핵심요인들”이라며 “우리은행의 경영이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기존 성과를 외면한 채 당장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영현·조민규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