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신 행정부에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해 핵 위험을 줄이라고 권하고 싶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시킬 전략은 현재로선 없다.”
방한중인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14일 서울 서교동 창비사옥에서 개최된 자신의 저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김대중 정권 당시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인정을 주고받는 ‘페리 프로세스’를 고안한 대북 전문가다. 1960년대 이후 자신이 참여한 다양한 핵 협상 경험을 담은 책 ‘핵 벼랑을 걷다’의 한글판 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페리 전 장관은 “‘페리 프로세스’가 가동됐던 지난 1999년 당시 북한의 목표는 김씨 정권 보장, 국제사회의 인정, 경제상황 개선 등 3가지였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달라진 것은 당시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북한의 핵무기는 김씨 정권 보장과 국제사회 인정이라는 2가지 목표를 보장해주고 있다”면서 “이런 사실을 이해해야 새로운 대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전략이 있다면 지지하겠지만 제가 알기로 현재로선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해 핵 위험을 줄이는 방법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3가지 핵 위험(추가 핵무기 개발, 핵무기 성능 향상, 핵기술 이전)을 줄인다면 그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과 자원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면서도 “이건 ‘능력’(capability)의 문제가 아닌 ‘바람직함’(desirability)의 문제다. 한국의 핵무장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과 북한의 핵능력 강화와 대만의 핵무장을 불러일으키며 역내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