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지도부 회의도 따로 따로...새누리 사실상 '分黨행보'

이정현, 초재선과 모임...정진석은 3선 의원과 오찬

친박 "당해체 발언 자제를" vs 비박 "조기 전대는 꼼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 촉구 단식농성을 벌이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 촉구 단식농성을 벌이는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놓고 갈등을 겪던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이라는 틀만 같을 뿐 사실상 분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수습안으로 내걸었지만 비박계에서 이를 거부하며 야권의 대화 상대자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새누리당의 지도부 회의가 두 곳에서 나뉘어 열리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최고위회의와 원내대책회의는 각기 다른 날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뒤 지난 7일부터 최고위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은 채 원내대책회의만 따로 주재하고 있다.

초·재선과 3선 의원 회동도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따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초·재선 의원 간담회와 정 원내대표의 3선 의원 오찬,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등 하루 종일 공식·비공식 일정이 제각각 이어졌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입장 차이도 더욱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수없이 많은 당원이 피땀 흘려 만든 당을 놓고 ‘해체한다’ ‘탈당한다’ ‘당을 없앤다’ 등의 말들은 자제해달라”며 비박계가 요구한 당 해체 및 지도부 사퇴를 거부했다. 당초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면 사퇴하겠다며 시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과는 달리 이날은 다음 달 20일까지는 사퇴하겠다며 시기를 못 박았다. 즉시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비판이 끊이지 않자 올해 안에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박계는 이 대표가 전날 밝혔던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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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예상하지 못한 (조기 전대) 제안을 하는 것은 결국 또 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기 전대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줄지 의문”이라며 “비상한 시국상황에 어울리는 일정인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나경원·정병국 의원 등이 참여한 비상시국위원회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한 뒤 이 대표의 로드맵을 거부했다. 황영철 의원은 “전대 계획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안”이라며 “신임받지 못하는 대표가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참여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원회는 당내 지도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을 포함해 대표자회의를 만들기로 했다.

김상민·김진수·이기재·이준석·최홍재 등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박계에서 추진하는 당 해체안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의하면 해산하기 위해서는 전대를 소집해야 하는데 이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또 비박계에서 당 해체를 주장하면서도 탈당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어 분당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야권의 분위기에 맞춰 비박계가 새로운 대화 상대로 나설 경우 친박계가 ‘식물 지도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친박-비박계의 세력 싸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초 귀국을 기점으로 분당 여부가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함께 할 것인지, 신당 혹은 제3지대를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당내 인사들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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