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방영주 서울대 임상시험센터장 "한국형 '미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을"

[K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이 살 길이다 3회. 끝 ]

연구 역량 강한 대학 병원 중심

소규모 협력모델 여러개 만들어야



방영주(사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위암 치료와 임상시험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개발 임상을 앞다퉈 방 센터장에게 맡길 정도다. 업계에서 방 센터장은 의료·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독설가로도 유명하다.

방 센터장은 14일 “최근 국내 제약 회사의 기술 수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바이오의약 산업의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는데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원천 기술과 혁신 인재의 양과 질, 자본력 등이 미국·유럽·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방 센터장은 이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바이오의약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협업을 통한 혁신,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기업·벤처회사·대학·병원·연구소·투자자 등이 모든 칸막이를 걷어치우고 서로 협력해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 센터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방안으로 한국형 ‘미니 바이오클러스터’ 육성을 제시했다. 연구 역량이 강한 대학병원 1~2곳 주변에 제약·바이오 업체 10여개가 입주해 수시로 교류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이미 지난해 ‘의학연구센터’와 ‘서울대 벤처(SNUH Venture)’ 설립을 통해 미니클러스터 육성 실험을 하고 있다. 방 센터장은 “현재 2개 벤처가 서울대병원 안에 입주해 있는데 언제든 서울대의 다양한 학과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바이오클러스터를 큰 규모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큰 목표와 결부시켜 추진해왔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대학병원 중심의 미니클러스터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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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홍릉 바이오클러스터’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방 센터장은 “기존 클러스터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와 독립적인 사업 기관이 클러스터 조성, 육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오픈 이노베이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50점 정도”라며 “교수·연구자들은 아직도 창업이나 기업과의 협업에 소극적이고 벤처들도 협력에 있어 벽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몇몇 벤처 회사에 ‘같이 협력해보자’며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연락 한번 없다가 나중에 ‘교수님 바쁘실 거 같아 못했다’고 하더라.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을 낼 수 있는데”라며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 산업 주체들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오픈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며 “헬스케어 분야 연구개발(R&D)도 중간에 연구 과제를 바꿀 수 없게 하는 등 경직된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가 기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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