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反이민정책 본격화...유학생들 취업·이민 '별따기'

비자 발급 문턱 대폭 높아져

장벽건설·무슬림 입국 금지 등

공화당 과격한 정책은 제동



“일자리를 얻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 어떻게든 대학을 졸업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9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서류 미비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내고 있는 한 한국인 대학생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비자 발급 문턱도 대폭 높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내년 1월20일 취임 직후 범죄와 연관된 불법체류자 200만~300만 명을 강제 추방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반이민 정책 시행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반이민 정책은 무역정책과 함께 ‘아웃사이더’인 그의 백악관행을 이끈 핵심 공약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초기 우선순위 맨 위에 오를 정책임을 예고한 셈이다.



국경 단속 강화와 미국 내 불법체류자 추방이 이뤄지면 대상자는 범죄 관련자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방이 유예된 70만 명의 아동·청소년들 역시 가차 없이 강제 추방 명단에 올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법체류자 중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나 서류가 미비한 청소년 70만여 명에 대해 추방을 유예해 왔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은 단순히 불법체류자의 강제 추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이민자 사회를 공포와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우선 미국에 새로 들어가기 위한 이민 및 체류 심사가 까다로워져 불법 입국 자체가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외국인에 대한 거주권 발급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이민 관련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연간 영주권 발급이 적게는 14만개에서 최대 54만개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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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자 발급 기준도 대폭 상향돼 외국인의 합법적인 미국 내 취업 문턱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이민 확대가 국내 일자리를 잡아먹는 ‘잡 킬러(job-killer)’라고 여기며 미국 기업들이 시민권자를 우선 고용해 일자리를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일자리의 연봉 기준이 10만달러 이상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직원 채용 때 고용자격 유무를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하는 ‘전자 고용자격 확인제(E-Verify)’를 의무화해 불법체류자 고용을 원천 봉쇄해나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의 미국 내 일자리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으로 현지 교민 사회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법규도 대통령 권한으로 개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에서 이민 정책의 권한은 대부분 의회가 갖고 있어 공화당이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대표 공약인 국경 장벽 건설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것이나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히는 배경이다.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13일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불법체류자) 추방군 창설은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과도 협의됐다”고 전했다. /뉴욕 =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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