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눌려진 깡통

문성해 作



참 요란하게도 돌아다녔다

내 몸은 통울대로 만들어진 모양


살짝만 건드려도

도시 구석구석 감춰진 소리들이 다 도망친다

누가 나를 이 차도 한복판에 차버렸을까

두개골을 우그러뜨리며 바퀴들이 지나간다

이제 바람의 희롱에

요란하게 구르지 않아도 된다

내장이 터진 생쥐와 함께

점점 납작하게 길이 되어가는 동안,


그간 내 목청에 가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관련기사



새소리, 바람 소리 같은

은밀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더 많은 소리들을 듣기 위해

납작하게 눌려진 코끼리 귀 한쪽

더욱 넓고 평평하게 커진다

구르는 깡통은 귀가 없구나. 제 소리에 제 귀가 멀어 남의 말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했더니 그나마 바람이 불러주는 소리였구나. 속 빈 깡통 버리자 해도 어려운 시절 건너온 순한 이들이 아까워 높은 데 두더니, 출처 없는 바람에도 데굴데굴 구르는구나. 온 동네 온 나라 평안한 잠 깨우며 굴러다니더니 마침내 이리저리 발길에 차이는구나. 이제 입뿐인 깡통이 귀가 될 시간. 귀 기울이지 못했던 아프고 낮은 목소리들 들으며 한없이 얇아져 숭고한 길이 될 시간.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