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가장 효율적인 경영 해야하는 상황 왔다"...비상 대책 꺼내든 현대重

글로벌 조선 경기침체 장기화 국면

최악 상황 견디기 위한 '비상 대책'

"제2의 창업 각오로 뛸 것"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에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부문장(전무)의 말에는 위기감이 가득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의 선박영업 최일선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이 비(非)조선사업 분사를 추진하는 배경이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들을 하면서 불필요한 제약을 많이 받아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매출 비중이 50%에 가까운 조선·해양사업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인력구성과 인사·복지제도 등 전반적인 회사운영 체계가 조선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조선과 비조선 모두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선사업에 해당되는 규제와 제재가 사업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건설장비 등에까지 적용돼 조선 외 사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지금처럼 글로벌 조선경기가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는 조선과 비조선사업이 서로의 경영 효율성을 깎아 먹는 지경까지 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대중공업이 건설장비와 전기전자 시스템 사업을 떼어내 6개 독립사업으로 재편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이 확보한 일감(수주잔량)은 경쟁업체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신규 선박 발주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상황에서 과거 현대중공업이 수주했던 대형선박들이 예정대로 속속 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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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이미 울산조선소 내 4도크(선박건조대)의 가동을 중단했고 군산조선소 내에 유일한 도크도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군산조선소 일감은 내년 9월께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심각한 수준의 글로벌 조선경기 부진이 향후 1~2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을 선택한 것은 사실상 마지막 비상수습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채권은행에 제출한 후 고정비 절감 위해 희망퇴직 등으로 총 2,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여기에 비주력사업 계열사와 자산에 대한 분리·매각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사는 사실 마지막 단계였고 실행 여부도 확실하지 않았다”며 “특단의 조치를 조기에 꺼낸 것은 그만큼 상황의 엄중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유병세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선박 발주가 내년부터 서서히 늘어나겠지만 본격적으로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2~3년 후까지 조선소들이 어떻게 생존해내느냐가 조선업계의 최대 화두”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이날 사업분할 구조는 분할 대상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극대화하고 회사 차입금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현대중공업은 독립되는 회사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조선·해양·엔진과 전기전자·건설장비·로봇은 기존에 이들 사업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대로 차입금을 떠안는 방식으로 인적 분할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그린에너지와 선박서비스 사업은 현대중공업이 현물 출자한 100% 자회사로 분할된다. 이를 통해 최대 5,000명의 인력이 분사된 회사로 빠져나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분사는 위기극복은 물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종 선택”이라며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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