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인 미주노선을 품에 안게 된 우오현(사진) SM(삼라마이더스)그룹 회장이 앞으로 한진해운의 운영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 회장은 “해운업 위기를 촉발한 용선이 아닌 자체 선박 구매를 통해 한진해운 미주 노선의 조기 정상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운영 경험이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룹의 사활을 걸고 책임경영을 통해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무적투자자(FI) 도움 없이 (한진해운 미주 노선) 인수자금을 전액 우리 돈으로 마련했다”며 “그룹 자금을 활용해 배를 구매, 조기 정상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전날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망 매각 입찰자로 SM그룹을 선정했다. 매각대상은 한진해운의 6,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5척과 7개 자회사, 관련 인력과 물류 운영 시스템이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이번 노선 인수 입찰가로 약 4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 회장은 한진해운 미주 노선을 종합해운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SM그룹은 현재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 등 벌크선 해운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는 “SM그룹은 어떤 사업 분야에서든 다품종 소량 생산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해운업 역시 벌크선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배값이 전 고점 대비 많이 내려온 상태여서 직접 배를 구매해 컨테이너 사업을 시작하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 경쟁자였던 현대상선에 비해 컨테이너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조기 경영정상화를 통해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운동맹’ 가입이 필수적이지만 컨테이너 운영 노하우가 없는 SM그룹은 동맹가입이 어려워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 회장은 “SM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는데 전 계열사를 흑자회사로 키워냈고 단 한 곳도 매각하지 않았다”며 “대한해운만 해도 용선료 부담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회사를 1년도 안 돼 흑자로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의 M&A로 외형을 성장시켜온 SM그룹은 재매각을 통해 투자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아닌 직접 사업을 확장해 자산가치를 증대시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 등 이미 그룹으로 편입시킨 해운사와의 관계정립과 관련해서는 삼선로직스·대한해운 순으로 합병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미주 노선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 회장은 “대한해운은 상장사여서 합병을 결정하기까지 단계들이 많다”며 “우선 삼선로직스와 합병을 시키고 나중에 대한해운을 합병해 종합선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또 다른 알짜자산으로 꼽히는 롱비치터미널 인수와 관련해서는 “우리 힘(자금)만으로도 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2대 주주인 스위스 MSC와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우 회장은 이어 “제대로 된 컨테이너 사업을 하려면 최소 30척의 배를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삼선로직스와 대한해운 인력을 순환배치하는 한편 신규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