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반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군사적 실효 없이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가 대북 군사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정부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면서 야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일본 정부와 협정에 가서명한 데 이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 후 연내 최종 서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강행을 밀실·졸속협상이라며 반발하는 야 3당은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협정 체결 찬성 측은 대북 감시를 위해 일본과의 정보채널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북핵 위협 앞에서 안보와 역사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대 측은 협정 체결이 일본의 재무장과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꼴이며 군사적 실효도 거두지 못한 채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만 촉발시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한일 양국 정부는 11월 초 두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거쳐 14일에는 가서명까지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반대하는 것은 졸속적이고도 자해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먼저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건이 성숙되어야 협정 체결을 추진할 수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여건 마련은 고사하고 어떠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군사 작전하듯이 협정 추진을 결정해버렸다. 그래놓고는 앞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힘쓰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다.


둘째,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말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역사 왜곡을 일삼아온 아베 신조 정권에 면죄부를 주려고 했다. 이를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이번에는 군사협정 체결을 통해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마저 자처한다. 많은 국민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이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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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찬반


셋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동북아 신냉전과 군비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미일동맹의 명시적인 적대국인 북한 및 전략적인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에 가장 인접한 국가다. 미일동맹이 한국을 자신의 전략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해온 지정학적 요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을 최전방 척후병으로 만들면 군사전략적인 이점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2014년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과 올해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남방 삼각동맹의 출현은 북·중·러시아의 결속을 야기할 우려가 대단히 크다. 그 결과는 동북아 신냉전과 군비 경쟁 격화이며 한반도 평화의 영구적인 상실이다. 한반도 냉전이 격화되는 와중에 동북아 신냉전까지 가세하면 한국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넷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우리가 얻게 될 군사적 실효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되는 만큼 실용주의 차원에서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일 3자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위한 이번 협정은 한국 안보에 결코 기여할 수 없다. 2013년 6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보고서에도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저고도로 수 분 내에 날아오기 때문에 3국 MD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한국이 3자 MD에서 최전방 척후병 역할을 맡아주면 일본과 미국의 방어적 실효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미사일 요격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그래서 조기 경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각각 동해와 태평양 건너에 있는 일본과 미국으로서는 한국에서 조기 경보를 울려주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올해 8월 “정보가 분산돼 있으면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기 위한 공통 상황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어렵다”며 “상황 발생 시 효과적 대응도 어려우므로 조기 경보 분야의 정보 공유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일 협력과 한미일 협력은 MD와 같은 군사에 방점이 찍혀서는 안 된다. 핵심은 실종된 외교를 되찾는 데 있으며 이는 구체적으로 8년 가까이 중단된 6자회담을 비롯한 협상 프로세스를 조속히 재가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는 이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이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면 하루빨리 하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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