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회사원 김주용씨는 돈을 아끼려고 회사 근처에 집을 하나 얻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한 달에 7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하는 집이다. 그러나 월세에 생활비를 지불 하고 나면 월급의 10~20%만 남는다. 김씨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없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희망의 끝자락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씨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대수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흙수저, 금수저로 대변되는 수저 계급론이 지배하고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마저 무너지면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더 커져 가고 있다는 것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부작으로 구성된 SBS 대기획 ‘수저와 사다리’는 불평등한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희망을 모색하기 위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13일 방영된 1부 ‘드림랜드, 네버랜드’에서는 먼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땅에 주목한다. 회사원 김씨와 같이 땅에 발목이 잡혀 있는 직장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방송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그맨 김기리의 연기를 통해 창업을 선택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무리 장사가 잘 되도 임대료를 내야 하는 임차인의 입장에 있는 자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14년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작은 횟집을 운영해왔지만 재계약이 불발돼 영업을 더 이상 못하게 된 사연과, 자기 집을 가진 채 2,000원이라는 싼 값에 자장면을 만들어 파는 중국 음식점의 모습을 보여주며 제작진은 땅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대한민국 인구를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땅을 소유한 사람은 고작 28명 뿐이고, 그 중에서도 단 한 명의 ‘토지 왕’이 대한민국 땅 전체의 55.2%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땅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일까. 그렇지는 않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3.3㎡ 당 100원이 안 되는 땅을 가질 수 있다. 제작진은 국내에서 가장 싼 땅인 전남 진도군 조도에 딸린 섬 옥도를 찾는다. 3.3㎡ 당 99원. 누구나 맘만 먹으면 토지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잡초에 칡넝쿨이 있어 갈 수도 사실상 살 수도 없는 땅이었다.
그렇다고 쓸 만한 땅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 과연 누가 3.3㎡당 2억원을 호가하는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제작진은 대한민국 노른자 땅,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땅 등 100군데의 등기부 등본을 떼 봤다. 그 결과, 놀랍게도 증여 혹은 상속받은 땅은 모두 42곳이었고, 증여 혹은 상속받을 당시 미성년자였던 사람은 8명, 그리고 가장 어린 땅 주인은 6살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출발선에 놓은 청춘들 그들에겐 돈, 집, 신분상승의 기회가 없다.” 제작진은 내레이션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이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