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새 한 주가 지나 ‘서경씨의 #썸타는_쇼핑’ 2탄이 돌아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일 뿐인데 연재는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느낌이죠? 헉헉..)
바짝 다가선 겨울에 맞춰 이번에 다룰 아이템은 캐시미어랍니다. 캐시미어는 ‘섬유의 보석’이라는 별칭이 있다네요. 산양 털에서 얻는 소재로, 따뜻하면서도 가볍고 고급스러운 광택이 있기 때문이고 합니다.
무엇보다 캐시미어 스웨터 한 벌을 제작하기 위해선 약 4마리의 산양 털을 필요로 할 만큼(산양 사진이 말하는 듯 하네요. “내가 너네들 입히느라...아오..” 산양아~~ 미안!) 소재가 희소하고 가공하기가 까다로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스웨터 하나에 수 십 만원은 기본이고 유명 브랜드 중에선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더군요. 그런데 최근에 1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캐시미어 100% 스웨터를 내놓는 곳들이 있더라구요. 대체 ‘섬유의 보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저렴한 캐시미어, 과연 믿고 사도 되는 걸까요?
#_“잘못 본 거 아니죠?”…캐시미어 스웨터 ‘7만9,900원’
11번가가 최근 패션 PB브랜드 ‘레어하이’를 론칭하면서 그 첫 번째 상품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공동으로 캐시미어 소재의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캐시미어 100%로 만든 크루넥과 터틀넥, 머플러가 각각 7만9,900원이고 카디건은 8만9,900원입니다.
신세계인터내서날이 운영하는 여성복 보브도 100% 캐시미어 라인을 새로 선보였는데요. 지난해 출시했던 캐시미어 제품보다 가격을 20% 가량 낮춰 스웨터는 30~40만 원대, 카디건 50~60만 원대, 코트 110만원 대입니다. 겨울마다 꾸준히 캐시미어 100% 제품을 내놓고 있는 유니클로 캐시미어 스웨터의 가격대도 8만9,900~9만9,900원 선입니다. (어때요? 괜찮나요... 가격이??)
물론 평범한 SPA(생산유통일괄) 브랜드 의류나 일반적인 니트류에 비하면 낮은 금액은 아닙니다만 캐시미어 100%임을 고려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가격이죠. 지난 화에 소개해 드렸던 ‘S.I. 빌리지’ 앱을 켜서 캐시미어를 검색해보니 브루넬로쿠치넬리의 캐시미어 코트가 697만 원, 같은 브랜드의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가 187만 원, 스카프만 247만 원입니다. 후덜덜하죠. 11번가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유니클로는 뭘 어떻게 했길래 가격을 이렇게 낮출 수 있을까요.
#_캐시미어, 출신지와 원단 구입 시기 따라 가격 천차만별
저렴한 캐시미어 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가성비 높은 캐시미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패스트 패션에 지친 소비자들이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급 소재의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때문에 패션 업체들도 큰 맘 먹고 원단을 대량으로, 조금 더 일찍 구입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보브의 경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지난 해보다 원단 구매 시기를 3개월 정도 앞당겼다”며 “패션은 유행이 빠르기 때문에 3개월이란 기간은 상당히 긴 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레어하이 역시 올 봄부터 제품을 기획하고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7만원 대 니트를 출시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 같은 캐시미어 100%라고 하더라도 원사, 즉 실을 만든 원산지나 직물을 직조한 국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워낙 연약한 소재이다 보니 직조 기술에 따라서도 품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캐시미어 원단이 우수한 지역은 이탈리아와 영국, 스코틀랜드, 내몽고 등을 꼽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경우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디자인 가치나 브랜드의 ‘명성 값’도 가격에 붙어 있다 보니 가격 차이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_선택 기준 1순위는 ‘촉감’…혼용률은 30% 이상
그래서 우리는 7만~8만원 짜리 캐시미어를 사도 되는 걸까요? 다수 전문가들에게 질문했지만 사실 시원한 답은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들은 ‘만져보고’ 살 것을 당부했습니다. 캐시미어를 입는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러움, 그리고 따뜻함이기 때문이죠. 내 몸에 부드럽다면 저렴한 캐시미어는 그야말로 ‘득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캐시미어라도 내 피부에 불편하다면 굳이 캐시미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겠죠. 그냥 그 돈으로 다른 소재의 옷을 사면 됩니다. 근데 대체 얼마나 부드러운 느낌이어야 할까요. 최재나 LF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님이 실감 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최 실장님은 “좋은 캐시미어는 입었을 때 물 흐르듯이 ‘챡~’ 하고 감기는 부드러운 착용감을 선사한다”며 “털의 방향이 가지런하고 촘촘해 캐시미어 특유의 반들반들한 유기가 흐르고 섬유의 짜임새가 탄탄하며 잡모가 섞이지 않아 깊이감 있는 색감을 자랑한다”고 하셨습니다. 유니클로에서는 손으로 만져보는 것보다 볼에 비벼보는(!) 것이 더 정확한 촉감을 알 수 있다는 팁을 전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여러 매장에서 캐시미어를 볼에 부비부비하는 분들이 늘어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상세한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수한 캐시미어 제품을 고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당연히 함량 확인입니다. 요새는 캐시미어 100% 제품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캐시미어를 조금만 섞어놓고 캐시미어 니트라고 파는 경우도 여전히 많습니다. 캐시미어의 감촉과 윤기를 느끼고 싶다면 캐시미어가 최소 30% 이상 들어가야 하며, 혼용하더라도 나일론이나 아크릴 같은 인공 소재보다는 울 같은 천연 소재가 섞인 것이 좋다고 합니다.
#_캐시미어…‘까다로운 너’란 존재!
캐시미어는 사실 귀차니스트에게 그렇게 적합한 소재가 아닙니다. 워낙 상하기 쉬운 약한 소재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물에 약합니다. 그래서 세탁은 드라이 클리닝이 원칙입니다. 세탁소까지 걸어가서 맡기고 또 찾아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불가피하게 집에서 세탁할 경우에도 30도의 미온수에 울샴푸를 풀어 살살 세탁한 뒤 마른 수건으로 약하게 누르듯(!) 닦아 말려야 한다고 합니다. 뭐든 세탁기에 던져 놓고 ‘표준 세탁’ 모드로 돌려버리는 저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캐시미어는 냄새가 잘 밴다고 합니다. 회식 날엔 피해야 할 패션이었네요. 천연소재인 캐시미어는 ‘좀벌레’(꺅)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방충제를 넣어 보관하기를 추천합니다. (캐시미어야~미안해!! 흑흑…난 도저히 너랑은 안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