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능 끝 행복 시작? 수험생에게 바치는 '팩트폭력'

수능 선배들이 알려주는 세 가지 환상 파괴

"연애는 포기…여행은 꿈에서…알바는 지겨워"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고사장에서 치러진다./권욱기자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고사장에서 치러진다./권욱기자




‘결전의 날’이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끝나길 바라던 날. 17일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이날 단 하루를 위해 수없이 많은 날들을 쏟아부었던 모든 이들에게 “정말 수고 많았다”고 진심 어린 격려를 보낸다.


하지만 시험을 못 봤다고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 시험을 잘 봤다고 의기양양할 필요도 없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인생 선배들’은 하나같이 “수능은 작은 변곡점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는 인생의 갈림길에 선 마냥 중압감을 느끼지만 실제로 지나고 보니 여파가 미미한 ‘변곡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성인(成人)으로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에 놀라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수능 그 후, 수험생이 맞닥뜨리게 될 새로운 ‘현실’은 무엇일까.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매일 매일이 불안한 청춘

졸업까지 한 학기를 앞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2년째 휴학 중인 김종호씨(27)는 “수능 후엔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매일 매일 불안하고 초조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지금도 먹고 사는 게 힘들다. 문제는 앞으로도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라며 “현실에 치여 꿈을 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도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2016년의 수험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애·여행·다이어트·아르바이트’ 등 소소한 일들이었다. 쉬워 보이는 이런 일들이 오늘날 청년들에게는 왜 한없이 어려운 일이 된 걸까.

■ 대학교 가면 연애할 줄 알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전국 20대 남녀 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연애중’이라고 밝힌 20대 중 직장인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대학내일20대연구소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전국 20대 남녀 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연애중’이라고 밝힌 20대 중 직장인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세대’는 옛말이 됐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포기 항목에 내 집 마련·인간관계까지 더한 ‘5포세대’를 넘어, 포기하고 사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N포세대’로 불린다.

3포·5포·N포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점은 ‘연애’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데이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직장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대 대학생과 직장인 8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연애중이라고 밝힌 직장인은 74%인 반면 대학생은 51%에 그쳤다.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연애는 사치’라고 치부하는 청춘의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방학도 긴~~데 여행 갈 시간은 없다

전 세계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www.skyscanner.co.kr)가 아태지역 10개국 여행객 87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 39%는 여행 준비 시 할인 이벤트 및 프로모션과 같은 스마트 소비를 즐기는 ‘바겐 헌터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태지역 1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은 1,401명으로 위 그래프는 한국인의 여행 타입을 분류한 것이다. /자료제공=스카이스캐너전 세계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www.skyscanner.co.kr)가 아태지역 10개국 여행객 87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 39%는 여행 준비 시 할인 이벤트 및 프로모션과 같은 스마트 소비를 즐기는 ‘바겐 헌터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태지역 1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은 1,401명으로 위 그래프는 한국인의 여행 타입을 분류한 것이다. /자료제공=스카이스캐너


직장인에게 대학생이 가장 부러울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놀아도 놀아도 끝이 없는 방학기간이라고 답한다. 유럽여행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긴 방학이 부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긴 방학을 맞은 대학생 대부분은 자유롭게 놀지 못한다. 호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여행객 1,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 여행객은 ‘가성비(39%)’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여행지를 물색하지만 결국 최종 선택을 할 때는 부담이 적은 곳을 선호하는 경향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특가나 세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령대는 18~24세(46%)였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여행 비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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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 정말 지겹다

인크루트가 2015년 10월 15일부터 21일까지 취업준비생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10명 중 6명이 생활비 대출도 함께 받았다고 답했다. /자료제공=인크루트인크루트가 2015년 10월 15일부터 21일까지 취업준비생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10명 중 6명이 생활비 대출도 함께 받았다고 답했다. /자료제공=인크루트


가까운 곳으로 잠깐이라도 떠날 수 있다면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단 하루도 온전히 쉴 수 없는 청년이 대한민국 곳곳에 넘쳐난다.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까지 대출받은 청년의 허리는 펴질 날이 없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업준비생 10명 가운데 6명이 생활비도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빚의 악순환을 끊어내기란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업준비생 중 59%가 생활비 대출도 함께 신청했다고 응답했다. ‘일단 취업이 먼저’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한꺼번에 빌리는 것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고용시장은 풀릴 기미가 없다. 결국 청년들은 당장 구할 수 있는 임시직·계약직·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험생 여러분, 우리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투자해 치러낸 수능이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성인의 문턱에 선 학생들의 꿈을 꺾으려는 의도도 아니다.

당부하고 응원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이 이토록 냉혹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사는 게 ‘시험’ 같아서 ‘수험생’ 꼬리표는 사는 내내 달고 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현실을 마주하라고.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이겨내라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수험생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고.

“수험생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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