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색과 굵은 선으로 전하는 울림...英화가 토니 베번 국내 첫 개인전

대표작 '자화상' 등 내달 26일까지

대표작 ‘자화상’ 옆에 선 영국화가 토니 베번.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12월26일까지 열린다. /사진=조상인기자대표작 ‘자화상’ 옆에 선 영국화가 토니 베번.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12월26일까지 열린다. /사진=조상인기자


어떤 의도로 무엇을 그렸는지를 따지지 않은 채 그림 그 자체로, 색과 붓질만으로도 울림을 주는 작품이 있다. 대체로 회화의 본질에 충실한 그림들이 그러한데 영국의 거장 토니 베번(65)의 작품들을 보면 그 말뜻을 알 수 있다. 그림 한 점에 사용하는 색은 두세 가지가 고작이다. 온 힘을 다해 머리를 들어 올린 인물을 그린 ‘자화상’에서 작가는 머리를 뒤덮은 복잡한 감정들을 붉고 굵은 선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중국의 절간에서 처음 본 향나무의 굽은 형태에서 착안해 그리기 시작한 나무 연작을 보면, 반복적인 붓질로 채운 나무 둥치에서 생명력이 선연한 혈관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이건 식물이건 작가가 그림을 통해 관통한 것은 드러나지 않는 그 내면의 움직임이었다.

토니 베번의 ‘나무’토니 베번의 ‘나무’


목탄 스케치 위에 덧칠한 붉은 색이 혈관의 움직임처럼 느껴지는 토니 베번의 ‘나무’의 세부목탄 스케치 위에 덧칠한 붉은 색이 혈관의 움직임처럼 느껴지는 토니 베번의 ‘나무’의 세부


프란시스 베이컨과 루치안 프로이트 등 영국 구상회화의 줄기를 잇는 토니 베번의 국내 첫 개인전이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다음달 24일까지 열린다.영국의 현대미술을 얘기하면 1980년대 말 등장한 yBa(영국의 젊은작가 그룹)가 동물의 사체, 자신의 피, 콘돔이 뒹구는 침대 등을 소재로 선보인 충격적·선정적 설치작품이 앞선다. 그러나 영국은 자랑스러운 구상회화의 전통을 갖고 있다. 색감보다는 필력과 구성력에서 탁월한 전통을 이어받은 베번은 에곤 쉴레, 필립 거스통 등과 비교되며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인기있다.

토니 베번 ‘탑’ /사진제공=리안갤러리토니 베번 ‘탑’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영국의 미술 명문인 골드스미스와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차례로 수학하며 사색적이면서 철학적인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베번은 30대이던 1985년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일찍이 주목을 끌었다. 2005년에는 영국왕립미술원 회원으로 선정됐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거장의 작품들로 특별전을 기획하는 ‘프리즈 마스터즈’에도 뽑혀 지난달 초 런던에서 근작들을 선보이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2,000억원에 구매한 중국 류이첸 선라인그룹 회장이 최근 베번의 작품 9점을 통째 사들인 것도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주변이 들썩이는 것에 비해 작가는 흔들림이 없다. 그 흔한 작업실 조수도 두지 않고 혼자 묵묵히 하루 평균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그림은 마음을 그리는 여정”이라며 “마음은 어떻게 몸과 연결돼 있는가를 생각한 그림을 통해 관객들도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3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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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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