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비만·간·뇌질환 등과 관련한 인간의 33개 조직, 294종의 세포에 대한 후성유전체 지도가 공개됐다. 이에 따라 발병원인 규명과 맞춤형 진단·치료법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관련 연구를 해온 국제인간후성유전체컨소시엄(IHEC)이 공동연구 결과를 영국에서 발간되는 저명 학술지 ‘셀(Cell)’ 17일자(현지시간)에 게재하고 웹사이트(www.ebi.ac.uk/vg/epirr/summary, www.ihec-epigenomes.org)를 통해 지도를 공개했다.
컨소시엄은 한국·미국·독일·일본 등 8개국 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립보건연구원은 당뇨병·비만·만성콩팥병과 관련된 세포 11종에 대한 후성유전체 지도를 일부 공개했다.
‘유전체(게놈) 발현정보’인 후성유전체는 환경·식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출생 직후엔 후성유전체 패턴이 비슷하지만 노년기에는 상당히 달라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성유전체 지도를 활용하면 아데닌(A)·티민(T)·구아닌(G)·시토신(C) 등 염기의 서열이 같더라도 특정 유전자·단백질의 발현 여부가 달라져 만성질환에 걸리고 안 걸리는 개인차를 알 수 있다.
후성유전체 지도는 네 가지 염기 중 시토신의 메틸화 정도 등을 보여준다. 유전자 작동부위(프로모터)가 메틸화하면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탈메틸화하면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다. 이는 단백질과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일부 염기가 없거나 배열 순서가 달라졌는지를 파악해 질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유전체 지도와의 통합 연구가 진전되면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발병원인 규명, 맞춤형 진단·치료법과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정상인과 당뇨병 직전 단계에 있는 한국인의 췌도·베타세포, 비만인의 지방세포와 지방전구세포, 만성콩팥병 환자와 정상인의 사구체상피세포 등 11종의 세포를 대상으로 후성유전체 지도를 작성해왔다. 국내에서는 김송철(서울아산병원) 교수, 김현회·강희경(서울대병원)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11종의 세포에 대한 메틸화·히스톤 변형 여부 등 열 가지 항목의 모든 데이터 공개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