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회동 후 트위터를 통해 “아베 총리와 위대한 우정을 시작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아베 총리가 외교 관례를 깨고 밀어붙인 이날 회동으로 아베 정권은 일단 차기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 구축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국정 마비로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거주하는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에서 당선인과 90분 가까이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회동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낙점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담 내용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취임 전인데다 이번 회담이 비공식으로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아베 총리는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며 추후 보다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일동맹과 관련해서는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기능하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 외국 정상과 만나는 이례적인 자리인데다 트럼프 시대를 맞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첫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도 집중시켰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동맹국의 미군 주둔비 분담 확대를 요구하는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위협하는 공약을 제기하며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해왔다. 아베 총리가 이례적으로 취임 전의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러 미국을 방문한 것도 트럼프와의 개인적 우호관계를 쌓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과격한 공약들로 불안해하는 일본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번 회동을 활용하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데빈 누네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 구성을 위한 인선으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아베 총리의 회동 요청에 응한 것은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호적인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주의와 안보정책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미일 간 긴장은 남아 있다.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켈리앤 콘웨이는 “이번 회동은 덜 격식적”이라며 “정책이나 미일 관계에 관한 깊은 대화는 취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