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스타트업 잘나간다지만...새내기 구직자엔 '하늘에 별따기'

신입채용 대부분 기술개발직

영업·마케팅부문은 경력 선호

문과계열 갈만한 곳 거의없어

이공계 출신도 월급 적어 울상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채용박람회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타트업 부스를 돌며 채용 조건을 확인하고 있다./백주연기자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채용박람회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타트업 부스를 돌며 채용 조건을 확인하고 있다./백주연기자




지난 10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채용박람회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 행사장. 취업난을 증명하듯 400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붐볐다. 쿠팡과 왓챠, 플리토 등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12개 스타트업 대표와 관계자들이 해당 부스를 마련해 회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채용박람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취업준비생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경영학과를 졸업했다는 이하영(25)씨는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 채용이 많이 줄어서 스타트업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왔는데 마케팅과 영업 부문은 대부분 경력직을 원하고 있다”며 “개발자 직무만 신입을 뽑고 있어 문과 출신은 마땅히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저성장 기조 속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규모가 줄어들면서 스타트업이 구직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청년 취업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입사에 실패한 구직자들은 스타트업 문을 두드려 보지만 기술직 모집이 많은데다 영업과 마케팅 직무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탓에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 든 문과 계열의 새내기 구직자들에게는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실제로 구글캠퍼스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에 참가한 12개 기업들은 모두 개발자를 뽑고 있었다. 이날 채용 담당으로 온 스타트업 관계자는 “갈수록 정보기술(IT) 산업과의 융합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다”며 “초기기업 입장에서 마케팅 부문에 신입을 뽑아 가르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경력직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서도 문과 계열 학생들의 취업 문턱은 높은 셈이다. 구글캠퍼스 뿐만 아니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중소기업청 등에서 개최한 채용박람회를 가보면 부스를 차린 스타트업 중 80% 이상이 이과 계열의 개발자를 주로 필요로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람회에 갔다가 좌절한 취업 준비생들은 컴퓨터 학원에서 코딩 프로그램을 새로 배워 개발자 입사를 준비하거나 마케팅 부문 인턴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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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 지원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 취업 준비생들도 만족할만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이제 입사한 지 2개월 된 스타트업 개발자는 “문과 계열을 졸업한 친구들보다는 취업이 수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입사를 해도 월급이 몇 십만원에 불과하다”며 “스타트업의 특성인 것도 있지만 계약직 비율이 높은 것도 경제적 보상이 적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대학졸업자 직업이동경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이공계 졸업자의 고용형태와 일자리는 나빠지고 있다. 2010년 89.8%였던 이공계 대졸자 정규직 비율은 2011년 75.8%, 2012년 72.1%에 이어 2013년에는 69.8%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한 대표는 “사업 모델이 확실하고 수익이 나는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고용률에 기여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창업을 장려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청년들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이 더 성장해 제대로 된 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세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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