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초연결사회의 정부조직

임승태 전 금통위원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는 오늘을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라고들 한다.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모든 사람이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있고 데이터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순환하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일방적 정보의 흐름이나 칸막이식 가치창출은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 초연결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면서 상호 작용을 주고받을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오늘날 우리 정부의 조직은 초연결사회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을까? 혹시 산업사회에 만들어진 관료주의(Bureaucracy)적 조직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답은 “역시 아니나 다를까”다. 해방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조직과 명칭이 변해왔지만 일제 시대부터 내려오던 근본적인 형태는 바뀌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경직된 조직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새로운 변화에 둔감하게 했고, 서로 다른 부문과 기술이 결합되고 융합되는 오늘의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을 양산케 했으며, 심화되는 계층간, 지역간, 이해 집단간 갈등을 외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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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부형태는 매우 독특하다. 우리와는 달리 정부조직법이 따로 없고 총리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 수시로 변화하면서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대응해 나간다. 탄력적이고 연성적인 조직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애드호크라시(Adhocracy)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2002년 6월 출범한 라파랭 내각은 15명의 일반장관과 11명의 위임장관 및 12명의 정무장관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일반장관은 전통적인 부처인 경제재무산업부장관, 보건가족부장관등을 가리키고 위임장관은 현안 과제 중심의 연구및신기술위임장관, 도시개발위임장관등을 말한다. 한편, 정무장관은 다소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장애인문제정무장관, 노인문제정무장관 등을 들 수 있다. 부족하지만 나름 능동적이라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도 다음 정부에서는 초연결사회에 맞게 좀 더 신축적이면서 보다 목표지향적인 정부 형태를 설계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기획재정부 등 기존의 부처와 함께 ‘가계부채대책부’나 ‘저출산 고령화대책부’ 등과 같이 시급한 현안만을 다루는 부처라든지 또는 ‘제약바이오 및 의료산업진흥부’, ‘환경과 개발부’ 등과 같이 갈등 조정이 주된 목표가 되는 부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관료주의 조직이 허물어지면 일시적인 혼란과 비효율이 불가피할 것이고 안 그래도 ‘퍼펙트 스톰’을 맞아 갈 길이 바쁜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지불할 여유마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를 단계별로 조금씩 도입해 보는 시도조차 못해 본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도전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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