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인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17곳이 출범 2년 만에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창조센터 예산 삭감이 현실화되면서 곳곳에서 관련 사업이 삐걱대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과는 별개로 창업과 중소기업 혁신, 청년 일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창조경제센터 본연의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10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 20억원을 가장 먼저 전액 철회한데 이어 각 지역으로 창조센터 예산 삭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창조센터는 시 예산에 이어 정부예산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져 센터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 65개, 250여명이 불안해 하고 있다. 시는 이런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사무실을 서울시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시설로 이전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도 지난 1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다. 이 조례안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출연금 지원과 행정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센터장 공모에서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현 센터장을 포함해 2명만 응모했다. 인천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품 상업화에 성공했거나, 센터가 관리 중인 보육기업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인천센터에 입주한 한 기업의 대표는 “아이디어만 갖고 시작해 센터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힘들게 왔다”며 “최순실 사태와 별개로 정부의 벤처·창업기업 육성 정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4일 나주 한전 본사에서 제2센터 개소식을 계획했지만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제2센터는 전담기관으로 한전이 맡기로 돼 있지만 앞으로 제2센터 개소 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남도 관계자는 “창조센터의 운영비는 미래부가 60%, 나머지 40%는 지방비로 지원되는 매칭사업”이라며 “내년도 운영비 예산이 도의회에서 어떻게 처리될 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센터에 대한 내년도 의회 예산 심사를 앞둔 제주와 울산, 대구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역 한 창조경제센터 관계자는 “창조센터는 지역의 새 먹거리를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문제점은 반드시 도려 내야 하지만 기업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자체를 갑자기 멈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이와 관련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끄는 사람들을 봐야 한다”며 “주관부서인 미래 창조과학부의 존폐 문제와 관계없이 창업과 관련한 사업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