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말 촛불집회] 순실치킨...박근혜 그만 두유...시국 풍자·해학의 향연

‘이게 최SUN입니까? 확SIL해요?’

시크릿가든 패러디한 팻말 눈길

청소년도 ‘하야 배지’ 만들어 팔아

세상 밖으로 나온 온라인 속 풍자

날카롭고 무거운 국민 목소리 대변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주인공의 대표 복장을 한 이들이 풍자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의원 VIP 시설을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극 중 여주인공 이름인‘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이용했다는 언론보도 뒤 해당 드라마를 빗댄 시국 풍자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제공=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주인공의 대표 복장을 한 이들이 풍자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의원 VIP 시설을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극 중 여주인공 이름인‘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이용했다는 언론보도 뒤 해당 드라마를 빗댄 시국 풍자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제공=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김민정기자김민정기자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4차 촛불집회 현장.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현빈이 입었던 파란색 반짝이 트레이닝복을 입거나 극 중 여자 주인공 ‘길라임’이 썼던 니트 모자를 쓰고 나와 시국 풍자를 이어가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드라마 속 명대사인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이게 최SUN입니까? 확SIL해요?’ 등으로 바꾼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의원 VIP 시설을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극 중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이용했다는 언론보도 뒤 해당 드라마를 빗댄 시국 풍자가 이어지고 있다. 청계천 인근부터 광화문 광장을 지나 서울역사박물관에 이르는 길 곳곳에 들어선 포장마차와 푸드트럭에도 ‘씹는 맛이 남다른 순실 치킨 볼’ 등 답답한 현 상황을 재치있게 비꼰 음식 메뉴판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례 없는 시국이 아이러니하게도 전 국민을 ‘풍자 달인’으로 만들고 있다. 재치있는 비꼼의 향연을 두고 혹자는 현 정부가 강조한 진정한 ‘창조경제’의 일환이라고까지 일컫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도 ‘정치 패러디의 장(場)’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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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목은 정치적 관점이나 진영을 가늠할 수 없는 이색 단체 깃발 아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시위 참여자들이었다. 노동조합 등의 깃발 대신 전견련(전국견주연합), 범야옹연대, 거시기산악회(하산해 박근혜), 일 못 하는 사람 유니온 등 시국을 풍자한 깃발 아래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선전 구호가 난무하는 시위 대신 갖가지 볼거리와 해학이 넘쳐나는 시민축제의 장이 됐다는 게 집회 참여자들의 평이다.

청소년도 풍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세월호 노란 리본처럼 언제 어디서든 시국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대통령) 하야 배지’를 만들어 1,000·2,000원에 판매했다. 배지에는 ‘달그닥 훅!’ ‘언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등 최순실 사태를 꼬집는 말들이 쓰여 있다.

이밖에 이날 집회에는 답답한 국민의 마음을 통쾌하게 뚫어줄 ‘박 깨기 대결’ ‘내가 이러려고 초콜릿 장사를 했나’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로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카페봄봄과 서울노동광장, 봄꽃장학회(이춘자추모사업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밥차 ‘봄꽃밥차’가 준비한 ‘박근혜 그만 두유’ 인기가 높았다. 시민들은 ‘박근혜 그만 두유’ ‘하야 만사성’을 내건 두유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존 두유 제품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로 재포장한 이 두유는 오후5시께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값을 치르고 싶은 시민은 자유롭게 후원금의 형태로 돈을 내도록 했다. 이날 준비한 3,000개 두유는 배포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동났다. 봄꽃밥차 매니저는 “한정 제작한 ‘박근혜 그만 두유’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제작중단 된다”며 “그만 두유 먹고 힘내서 (퇴진을 위한) 행진하자는 의미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꼼의 향연’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이 된 데는 누구나 손쉽게 풍자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이 한몫했다. 대통령 대국민 담화 때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문구를 활용해 다른 패러디 콘텐츠 생산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합성 애플리케이션(짤방 생성기) 등이 생겨났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제2콘텐츠’ 생산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은 하나의 놀이문화로 시국 풍자 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 속 풍자가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무거운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에서 ‘유머’는 성숙한 인간의 방어기제 중 하나로 등장한다”며 “비록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를 희화화해 분노를 덜고 단순 감정 배설뿐 아니라 역동성 있는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경·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김민정기자김민정기자


‘달그닥 훅!’ ‘언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등 최순실 사태를 꼬집는 말들이 쓰여있는 배지. /김민정기자‘달그닥 훅!’ ‘언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등 최순실 사태를 꼬집는 말들이 쓰여있는 배지. /김민정기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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