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을 가로막는 은행법 규제에 대해 국회 여야 의원들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은산분리 완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최순실 정국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부터 24일까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은산분리에 관한 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은산분리와 관련한 법안은 현재 강석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은행법개정안 2개와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 3개 등 5개가 발의돼 있다. 여당 의원들의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 소유 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높이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점은 강석진 의원안이 완화 대상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하자는 내용을 담은 데 비해 김용태 의원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계열사에 신용공여를 금지하는 안전장치를 걸어놓았다는 점이다. 특례법으로 발의한 야당 의원안들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율을 34%까지만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차이점은 정재호 의원안이 오는 2019년까지 특례로 적용하자는 것이고 김관영 의원안은 5년 단위로 인가 요건을 심사받도록 하자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정무위는 이들 의원안들을 병합해 이날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 가운데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 의견이 상당수 있어 법안 통과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등으로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을 안전장치들을 법안에 마련해놓았지만 여전히 일부 의원들은 반대 입장이다. 야당 의원 가운데 일부는 “은행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굳이 ICT 기업의 소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정국도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사업주체인 KT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은택씨의 인사청탁으로 KT에 들어간 이동수 전 전무가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서 외부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이후 최소 3년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2~3차례 증자가 필요하다. 사업을 이끌고 있는 KT와 카카오는 증자 시기에 맞춰 대규모 자본을 납입하면 자연스레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배구조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KT와 카카오의 증자 문제가 꼬이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한 취지가 ICT 기업이 금융업에 새 바람을 불러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업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려면 은행법이 개정돼 최대주주 지분율 제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몰라 답답한 심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