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복합위기, 신사업에 길 있다] 엘라스토머·아라미드...미래 먹거리 '고부가 신소재' 선점 경쟁

<2>소재혁명에 승부 건 기업들

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저유가 장기화·中 추격 속

주도권 놓고 치열한 쟁탈전

M&A 통한 발굴에도 적극

2215A09 정유화학 기업들의 소재관련 신사업2215A09 정유화학 기업들의 소재관련 신사업


국내 1위 정유사 SK이노베이션과 석유화학 업계 1위 LG화학은 최근 고부가 신소재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플라스틱처럼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탄성이 고무와 맞먹을 정도로 좋아 차세대 자동차 소재 등으로 각광 받는 엘라스토머다. LG화학이 4,000억원을 들여 오는 2018년까지 충남 대산의 엘라스토머 설비를 연산 9만톤에서 29만톤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한 엘라스토머 공장(넥슬렌)의 증설을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다우케미칼·엑손모빌처럼 극히 일부 기업만 만들 수 있는 엘라스토머 시장의 ‘넘버3’가 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양보 없는 레이스다.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산업을 향한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첨단 신소재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열기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소재혁명에 분투하는 기업들=국제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를 넘지 않는 안정적 저유가 상태를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국내 업체의 영업이익은 증가하지만 매출은 조금씩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중국과 중동 국가들은 수입에 의존하던 화학제품의 자체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익성이 하락하는 범용 화학제품을 줄이고 고부가 신소재는 늘리는 ‘소재혁명’에 집중하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저유가 덕분에 안정적 영업이익을 올리는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대비한 소재혁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며 “유가에 따라 출렁이는 업황 특성상 골든타임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엘라스토머 외에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의 핵심 소재라 할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 1억5,000만㎡의 분리막을 판매하며 세계 1위인 일본 아사히가세이(약 3억1000만㎡)의 뒤를 이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세라믹코딩 분리막(CCS)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습식 리튬 이차전지 분리막 시장에서도 1위로 나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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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폴리염화비닐(PVC)을 포함해 중국의 추격이 거센 범용 화학제품 생산기지를 잇따라 고부가 신소재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8년까지 1억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해 증설을 결정한 중국 화난(華南)의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합작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LG화학은 지난 2008년 중국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50대50 지분으로 합작해 설립한 이 ABS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ABS 생산능력이 15만톤 늘어난 30만톤이 된다. ABS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으로 자동차·가전·정보기술(IT) 소재에 주로 적용된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화학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소재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LG화학·LG하우시스와 한화첨단소재는 8월 약 6억~7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미국 자동차 소재 기업 콘티넨털스트럭처럴플라스틱스(CSP)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에 탄소섬유, 경량 복합소재, 자동차 패널을 납품하는 CSP를 인수해 갈수록 커지는 자동차 소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CSP 인수전에서는 중국과 유럽·일본 업체들에 비해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밀렸지만 현재 한국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롯데케미칼은 약 4조원을 들여 미국 액시올을 통째로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올 6월부터 검찰이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하면서 아쉽게 꿈을 접기도 했다.

◇위기 속 뚝심 투자로 성과 내는 효성·코오롱 주목=이런 가운데 업계는 과거 위기 속에서 신소재를 키워 현재 대박 난 섬유업계 코오롱·효성 등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아라미드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미래형 첨단소재로 같은 무게의 강철에 비해 강도는 5∼7배에 이르고 섭씨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산업용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코오롱의 아라미드는 미국에 막 진출한 2009년 듀폰으로부터 영업비밀 사용중지 소송을 당하면서 6년째 성장이 정체돼왔지만 지난해 7월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성장세에 올랐다.

효성그룹 역시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꺾이지 않고 신소재 연구개발(R&D)에 몰두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효성은 10여년간 폴리케톤 개발에 약 500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해왔다. 폴리케톤은 우수한 내충격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동차ㆍ전기전자 분야의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사용된다. 2013년 개발 및 상용화를 발표하고 연산 1,000톤 규모의 공장과 2015년 가동 개시한 연산 5만톤 규모의 상용 공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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