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저가수주 악몽 벌써 잊었나'…중소조선 출혈경쟁 '이전투구'

시세보다 5%낮게 계약 등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 잇따라

국내 조선업황 개선 걸림돌로





탱커선 건조를 주력으로 하는 A조선소는 최근 한 국내 중견 선사와 아프라막스(11만5,000톤)급 유조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조율을 해왔다. 하지만 물 흐르듯 진행되던 작업이 선주 측 태도 변화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계약 체결이 임박하자 경쟁사인 B조선소가 기존에 A조선소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선사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A조선소는 B조선소가 시세보다 5%가량 낮은 금액을 선주에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조선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선가가 이미 바닥인 상황에서 시세보다 5%나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수주하고 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전체가 숨죽여 불황의 보릿고개를 넘는 가운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사들 사이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저가 수주 출혈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 수주가 대우조선해양·STX조선 등 대형 조선사들의 경영 부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과거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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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신조 선가는 최근 1~2년 새 꾸준히 하락해 지난 10월 말 현재 4,5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아프라막스급 외 여타 크기의 신조 선가 역시 올 9월 말께 현 수준으로 내려앉은 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B조선소는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선가 시세를 크게 밑도는 4,2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신규 일감 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 조선소들이 무리하게 저가 영업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선가 회복을 통한 업황 개선의 싹 자체를 잘라버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선가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시세보다 확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해버리면 이는 향후 선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건조를 맡길 때 저가 발주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저가 수주가 단순히 해당 업체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선박 건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가 수주에 나서는 것은 해당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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