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로 인한 디젤 엔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과학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 독일·프랑스와 일본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디젤이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엔진이기 때문에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 엔진 기술이 사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24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는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디젤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오토모티브 포럼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오염 사태 후 악화한 디젤 엔진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디젤 엔진의 성능과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곧 수입차 시장에 악재다.
발제자로 나선 배충식 KAIST 교수는 “디젤 엔진은 수송 분야에서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이라며 “단순히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 엔진 기술이 사장돼야 하는 기술로 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디젤은 새로운 엔진 연소기법, 터보차저, 초고압 연료분사계 등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고효율 친환경적으로 발전해왔다”며 “제동열효율(BTE)이나 연비 역시 가솔린보다 15~30%가량 우수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를 보면 디젤 엔진은 오는 2040년 자동차 수송 부문에서 가솔린과 같은 33%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디젤 엔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솔린 엔진보다 적지만 질소 산화물과 입자상물질 등의 배기배출물이 나온다”며 “최근 개발된 HCCI·LTC·RCCI 등의 신연소 기술로 이 역시 제로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트리스 마레즈 푸조시트로엥(PSA)그룹 부사장은 ‘효율적인 디젤을 위한 기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자동차 업계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확실한 공통 목표가 있다”며 “디젤은 여전히 미래 이산화탄소 규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주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임러AG의 피터 루에커트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 클라우스 란트 부사장, 옌스 프란츠 책임연구원은 ‘디젤차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와 그에 대한 대응 기술’을 주제로 유럽의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 역사와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또 벤츠 차량에 적용되는 디젤 엔진의 계단식 설계는 배출가스의 저감과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와다 마사노부 전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상무는 일본의 클린 디젤 발전 과정을 주제로 “폭스바겐 게이트 후 일본 시장에서 폭스바겐 판매량은 줄었지만 디젤차의 비중은 10%대에서 20%대로 오히려 높아졌다”며 “디젤차의 효율성 덕에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맞먹는 시장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향후 디젤 엔진이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발전할 경우 효율성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희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은 “이번 한 번의 행사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바로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디젤 엔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