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이자 여성인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유엔 대사에 지명했다. 또 교육민영화에 앞장서온 여성 교육운동가 벳시 디보스(58)를 교육장관에 지명했다. 주요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핵심 보직에 ‘대안우파’로 분류되는 강경파를 지명했거나 후보로 검토 중인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일부 보직에 유색인종이나 여성을 앉혀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고 공화당 주류를 달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일리 지명자는 이민자·유색인종·여성이라는 이른바 차별받는 약자 이미지의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인도계 이민가정 출신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거쳐 주지사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 게양금지법을 관철시키고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는 반트럼프 진영의 선봉에 섰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트럼프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공화당과의 관계를 개선하기에 적합한 맞춤형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디보스도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인사로 평가된다. 다만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디보스가 내세우는 정책은 약자보호 내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교육민영화·종교학교 등에 우호적인 정치인을 후원하는 ‘미국어린이연맹’ 회장 등을 지냈다. 미국교사연합회는 성명에서 “디보스의 활동은 반공교육적”이라며 “대다수 유권자가 반대하는 특수이익 현안을 밀어붙이는 부유한 상속녀”라고 비난했다. 디보스의 아버지는 자동차부품 업체 프린스코퍼레이션 창업자이며 남편도 미국 건강기능식품 업체 암웨이 집안의 상속자다.
하지만 여성 인사 발탁을 통한 구색 맞추기에도 초대 트럼프 내각에는 매파 인사들이 대거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장관에 ‘미친개’로 불리는 강경파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이 지명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무장관에는 무역협정 재협상과 강경한 대중 무역정책을 주장해온 ‘기업사냥꾼’ 윌버 로스 윌버로스컴퍼니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국무장관에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 국장 지명자와 함께 백인 남성이자 60세 이상의 강경보수파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군 출신이 다수라는 점도 트럼프 인사의 특징이다. 미 언론들은 “주요 보직을 군 장성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이는 오랫동안 지켜져온 민간지배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