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함께 경쟁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갇혀 있으면 다가올 대선에서 역할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봉쇄될 수 있어 어떻게 든 유의미한 두 자릿수의 지지율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 측은 겉으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층이 결집되는 데 반해 박 시장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아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이 있는 박 시장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율이 수개월째 박스권에 갇혀 있는 박 시장이 과감한 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박 시장이 이 시장처럼 선명성을 부각할 시점이냐는 점을 놓고 참모들 간 격론이 오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들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발언이 필요하다는 쪽과 오히려 메시지를 줄이고 시장으로서 필요할 때만 국정 해법을 내놓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조언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의 최근 행보가 ‘급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지율에 연연해 의도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급작스레 발언 수위를 높이면 사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 시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명성에는 이 시장에 뒤지고 온건 진보 이미지로는 문 전 대표에 가려진다는 것이다. 다만 박 시장 측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헌법재판소 결정까지의 기간에 박 시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국가비전을 제시하며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