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웃음기 사라진 명동

[한류, 관광, 차이나포비아에 떨다]

백화점·시내면세점 매장들

"올 가을이후 분위기 달라져"

금한령 파장 커질까 초긴장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롯데백화점의 한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24일 오후 관광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발디딜 틈 없던 지난여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김희원기자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롯데백화점의 한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24일 오후 관광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발디딜 틈 없던 지난여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김희원기자


24일 오후 서울 명동 백화점 내에 위치한 한 시내면세점. 백화점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두어 번 보내야 겨우 면세점에 도착할 수 있었던 지난여름과 달리 해당 층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면세점 내부에는 관광객들이 여전했지만 움직일 여유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최근과는 온도 차가 확연했다. 관광객을 위한 한류스타 거리는 오가는 관광객 없이 날씨만큼이나 스산함이 느껴졌다. 유커로 가득했던 백화점 국산 선글라스 매장에도 한낮의 고요가 감돌았고 면세점 이상의 뜨거운 열기를 자랑해온 백화점 1층 국산 화장품 매장 역시 고작 두세 팀의 유커만이 목격됐다.

같은 날 화장품 중소·중견 브랜드들이 운집한 명동 거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거리에는 유커들이 제법 있었지만 매장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랐다. 반값 할인을 내건 업체들이나 유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매장 몇몇은 고객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매장은 개별 관광객 네댓 명 정도가 제품을 고르고 있는 게 전부였다.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


중국발 ‘금한령(禁韓令)’이 유커의 방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서울 명동 등 국내 주요 유통가가 술렁이고 있다. 심각한 소비불황의 파고를 ‘제2의 내수’인 유커 매출로 넘어왔던 업체들은 올가을 이후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파장이 얼마큼 확대될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명동의 한 백화점에서 유커를 안내하던 직원은 “지난여름과 비교해 백화점과 면세점을 찾는 유커 수에 차이가 느껴진다”며 “지난해 가을이나 올 상반기보다 관광객 감소가 체감될 정도로 한가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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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내외로 이는 외국인 매출의 80%에 달한다. 개별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섰지만 금한령이 수위를 높여갈수록 유커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점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평균 30%를 유지해왔던 한 면세점의 월간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6%로 뚝 떨어졌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의 한 백화점도 소비불황과 주말 시위 여파까지 겹치며 이달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평균 30~50%의 매출을 유커에게 의존해온 국내 중소 뷰티 업계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토니모리 등 주요 브랜드숍들은 최근 명동 등 관광지에 위치한 매장을 따로 묶어 실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유커 덕에 10위권 뷰티 업체로 도약한 잇츠스킨의 경우 주력 상품인 ‘달팽이크림’이 중국 위생허가를 1년3개월째 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중소 업체들은 한류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중국 내 인지도를 높였는데 금한령이 본격화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중국 현지에 입점한 식품·외식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아직까지 큰 타격을 경험하지는 않은 상태다. 중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한식류 등의 현지 매출에는 아직 불똥이 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국에 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이나 SPC 같은 대형 업체들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희원·윤경환·박윤선기자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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