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피처 스토리 ¦ 닭을 해방시킨 맥도날드

미래의 닭 사육 방식허브루크의 가금류 목장 내 닭장 비사용 계사. 이곳에서 자유롭게 사육한 닭의 계란이 곧 맥도널드에 공급될 예정이다.미래의 닭 사육 방식허브루크의 가금류 목장 내 닭장 비사용 계사. 이곳에서 자유롭게 사육한 닭의 계란이 곧 맥도널드에 공급될 예정이다.


맥도널드 McDonald’s가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닭 사육 방식을 바꾸고 있다. 닭장 없이 생산한 계란과 무항생제 닭이 패스트푸드 업계의 거인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스티브 이스터브룩 Steve Easterbrook은 슬로건을 앞세우는 리더로 보이지는 않는다. 성격이 불같은 감독이라기보단 냉정하고 이성적인 전문 기술관료에 가깝다. 하지만 그에겐 자주 활용하는 2가지 슬로건이 있다. 바로 ‘행동을 먼저하고, 말은 나중에 하라(Act first, talk later)’와 ‘완벽보다는 진전을 우선시 하라(Progress over perfection)’ 이다. 내성적인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으론 진정한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3월부터 맥도널드 CEO를 맡고 있는 이스터브룩(49)은 현재까지 자신의 슬로건 중 첫 번째는 확실히 지켰다. 수장이 되고 1년 6개월 동안 비용 절감에 시동을 걸었고, 본사를 교외에서 시카고로 다시 옮기는 결정도 내렸다. 무엇보다 맥도널드의 ‘하루 종일 아침메뉴(All Day Breakfast)’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자사의 빵에서 고과당 콘시럽을 제거하기도 했다. 사육 닭에 대해선 주요 항생제 사용을 중단했으며, 오랫동안 갇힌 채 계란을 낳던 닭들을 닭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10개년 계획에도 착수했다. 마지막 2가지 변화는 맥도널드-닭과 계란이 메뉴의 50%를 차지한다-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업계 전체에 잠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인-이스트브룩은 왓퍼드 그래머 스쿨(Watford Grammar School for Boys) 출신으로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 세인트 차드 칼리지 St. Chad’s College에서 공부할 땐 크리켓 선수로도 활동했다-이 가장 미국스러운 조직의 회생 임무를 맡았다는 건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일리노이 주 오크 브룩 Oak Brook의 맥도널드 본사 회의실에서 만난 이스터브룩은 핑크색 드레스셔츠를 청바지 안에 깔끔하게 넣어 입은 차림새였다. 영국인 특유의 수줍음을 보이는 그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




두 대륙에서 닭장 없는 사육 방식을 도입하다 - 이스터브룩은 영국 맥도널드 사업부에서 거의 20년을 근무했다. 영국 사업부는 10년도 더 전에 성공적으로 닭장 비사용 방식을 도입했다.두 대륙에서 닭장 없는 사육 방식을 도입하다 - 이스터브룩은 영국 맥도널드 사업부에서 거의 20년을 근무했다. 영국 사업부는 10년도 더 전에 성공적으로 닭장 비사용 방식을 도입했다.


그는 매출, 이익, 동일 매장 매출 모두가 하락세였던 상황에서 회사를 맡았을 때 자신에게 부여 된 사명이 얼마나 시급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이스터브룩은 “시간은 적이다.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면 본질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CEO는 실리콘밸리의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그는 ‘빨리 실패하기(fail fast)’를 갈망하지 않는다-강조하는 부분에는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고착화된 (때론 경직된) 업무 방식을 따랐던 조직에 리스크 감수라는 요소를 불어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스터브룩은 “우리는 무모하지 않다. 나는 길에 장애물을 놔두기보단 치우는 방법을 찾도록 우리 자신을 독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종일 아침메뉴’를 추진하던 때에도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다(닭장에서 낳지 않은 계란으로 전환할 땐 장애물이 훨씬 더 많았다). 당시 연간 20억 개의 계란을 매입하고 있던 맥도널드는 조류 독감 유행으로 미국 내 산란닭의 11%가 사망하자 매입량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스터브룩에겐 서두르지 않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훨씬 더 많은 이유도 있었다. 맥도널드는 장기적으로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스스로 대량 생산 가공 식품의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고 그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중심 세대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RPC 캐피털 마켓 RB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파머 David Palmer는 “식품업계가 제조한 음식이 안전해서 더 낫다고 보던 시절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젠 무게의 추가 반대 방향으로 매우 심하게 기울어졌다”고 주장했다.

맥도널드는 그래서 그 방향으로 저울추를 움직이고 있다. 과거엔 입소문을 내기 위해 섐록 세이크 Shamrock Shake 와 맥립 McRib 같은 제품 출시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은 순수성과 원산지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 덕분에 맥도널드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의 건강에 대한 시대정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건강에 좋다’는 말이 대중적으론 ‘지방 또는 칼로리가 낮다’는 것으로 인식되던 시기에 맥도널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맥린 McLean 버거는 실패했고, 샐러드도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식품산업 분석업체 테크노믹 Technomic의 대런 트리스타노 Darren Tristano는 “건강에 좋다는 기준이 칼로리, 탄수화물, 소금에서 ‘이 식품은 어디에서 왔나’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젠 ‘무항생제’, ‘무호르몬’, ‘천연’, ‘유기농’ 같은 것들이 주요 용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의 닭장 비사용 선언은 식품업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거의 200개에 달하는 기업이 맥도널드의 전례를 따랐다(그래프 참조).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Humane Society의 농장동물 보호 부문 대표 폴 셔피로 Paul Shapiro는 “그들이 움직이면 업계가 움직인다”며 “그들에겐 해로운 일, 좋은 일 모두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셔피로는 수 년 동안 맥도널드에 닭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시장에 맥도널드의 수요를 뒷받침할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제 맥도널드는 공급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을 직접 만들어내려 한다. 문제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닭장 비사용 계란으로의 전환에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실행 계획이 필요하며-잠시 후에 살펴본다-갈 길 또한 너무 멀다는 것이다. 현재 맥도널드가 매입하는 미국 내 계란 20억 개 가운데 닭장 비사용 계란은 1,300만 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스터브룩에겐 이것이 회생 계획의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고객 다수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래지향적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종일 아침메뉴’의 출시로 맥도널드는 깊은 수렁에서 벗어났다. 개점 1년 이상 된 매장들의 매출이 4분기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완벽한 회생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가장 최근 분기 맥도널드의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루 종일 아침메뉴’ 출시 1주년을 맞는 이번 가을에는 향상된 실적을 한번 더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20억 개의 닭장 비사용 계란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미국 농업방식과 식생활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은 닭장 없이 닭을 키우는 것이 가둬 키우는 것보다 명백히 더 나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자유가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맥도널드가 자사 연구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랐다면, 닭들은 계속 갇혀있는 상황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2009년 맥도널드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계란을 공급하고 이를 관리하는 농업 대기업 카길 Cargill과 함께 ‘지속 가능한 계란 공급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Sustainable Egg Supply)’의 창립 회원이 되었다. 이 연합에선 3가지 닭 사육 방식의 차이를 연구했다. 첫 번째 방식은 비좁은 공간에 몰아넣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닭장 하나에 6마리의 닭을 사육했고, 한 마리당 종이 한 장 넓이에 못 미치는 약 516cm2 정도의 공간이 제공됐다. 두 번째 방식은 계란 업계에서 ‘풍성해진 식민지(enriched colony)’ 닭장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었다. ‘고급 이코노미’ 좌석 혹은 비즈니스 클래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풍성해진 식민지’에선 닭 한 마리당 약 748cm2이 배정돼 횃대, 산란 구역, 스크래치 패드를 위한 넉넉한 공간이 제공됐다. 마지막은 퍼스트 클래스, 혹은 거대 닭장 및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알려진 방법이다. 닭 한 마리당 약 929cm2의 공간이 보장된다. 닭은 횃대 구역, 산란 구역, 배설 구역을 갖춘 복합건축물 안에서 맘대로 원하는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닭에겐 자유가 전부라고 할 수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사육되는 닭의 사망률은 닭장이나 ‘풍성해진 식민지’ 방식으로 사육되는 닭의 2배 수준이었다. 몇몇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쪼아댔다. 닭장 비사용 건축물의 내부 공기는 먼지, 암모니아, 박테리아 독성 요소-모두 건축물에서 근무하는 인간에게 더 해로운 물질이다-의 농도가 더 높았다. 게다가 자유로운 닭에겐 더 많은 모이가 필요했다. 긍정적인 측면은 닭의 뼈가 더 튼튼해졌다는 점과 횃대에 앉기, 계란 낳기, 모래에서 스스로 ‘목욕’ 하기 등을 닭이 원하는 대로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농장 입장에선 닭장 비사용 사육 닭이 낳는 계란의 평균 개수가 뒤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높은 사망률과 바닥에 알을 낳는 닭의 습성 때문이었다. ‘풍성해진 식민지’에서 사육한 닭이 가장 많은 계란을 낳았다.

연구 결과가 공개되자, 동물 복지 단체들은 연구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금을 지원한 곳이 업계였고, 업계로선 닭을 닭장에 가두는 것이 이익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대학교 3곳과 미 농무성(USDA)의 농업 연구소(Agricultural Research Service)에서 파견된 연구진에겐 사육 방식을 전체적으로-근무자 건강과 비용, 효율, 식품 접근 용이성 및 안전, 환경적 영향 등-판단한 것이지 동물 복지만을 기준으로 한 연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동물 복지에만 집중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동물 행동 및 복지학 교수로 이 연구의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재니스 스완슨 Janice Swanson은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것이 꼭 모두가 원하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과학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이 연구는 의도적으로 한 가지 요소(소비자 심리)를 제외했는데, 그 요소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명됐다. ‘풍성해진 식민지’라는 말은 일반인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맥도널드가 그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아무런 칭찬을 듣지 못할 것이었다. 카길의 맥도널드 담당 계란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위그 라브레키 Hugues Labrecque는 “과학은 우리에게 ‘풍성해진 식민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소비자들과 얘기해보면 그들은 ‘풍성’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단 상황이 분명해지자 닭장 비사용 방식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연합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인간적’이라는 말의 정의도 확실하지 않다. 새의 입장에서 보면 새장 속에서 사는 것과 자유를 경험하다가 일찍 죽는 것 중 어떤 쪽이 더 ‘인간적’일까?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해서 항상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이는 농업이 이번 세기 중반까지 추가로 수 십억 명에게 식량을 제공하려 시도하는 상황에서 특히 연관성이 깊은 질문이다.

물론 맥도널드가 ‘냉혹한 효율성 시스템’으로 왕국을 건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동물 복지학 교수 데이비드 프레이저 David Fraser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다수의 동물 복지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그러한 관행 중 몇몇이 ‘일종의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것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적인 방식보다 기른다는 측면에서 동물에 접근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길의 라브레키는 “그것은 농업 분야의 거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게다가 맥도널드 입장에선 훨씬 더 급진적인 변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효율성이 전부라고 인식했던 기업이 닭의 웰빙을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맥도널드에겐 닭이 계란보다 우선이다.

그레그 허브루크 Greg Herbruck는 부친이 소장했던 1940년대 미시간 주 교과서- ‘ 가금류의 질병과 기생충 및 현실적인 가금류 관리 (Diseases and Parasites of Poultry and Practical Poultry Management) 제4판’ 등의 타이틀이 들어있다-를 들여다보기 전에도 이미 오랜 기간 계란을 생산했던 농부였다. 그는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닭을 사육하기 시작한 이후, 이 유서 깊은 두꺼운 책의 도움을 받았다. 닭장 덕분에 거의 사라졌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예컨대 실내 우리는 기생충으로 인해 발병하는 간질환 흑두병(Blackhead) 같은 토양성 질병으로부터 닭을 보호했다. 3대째 계란 사육 가업을 잇고 있는 허브루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잊었던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와 두 형제는 미시간 주 새러낵 Saranac의 그랜드래피즈 Grand Rapids 외곽에서 허부르크 가금류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족은 1990년대부터 (카길을 통해) 맥도널드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주요 공급업체 중 하나가 되어있다. 허브루크 목장의 닭 850만 마리가 낳는 계란의 3분의 1을 맥도널드에 납품하고 있다.




격자 위의 계란 - 닭이 낳은 계란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사진에 있는 환승 지점으로 옮겨지고, 그 후 생산 건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세척과 배송 포장이 이뤄지거나 액체 형태의 배송을 위해 껍데기를 깨는 일이 진행된다.격자 위의 계란 - 닭이 낳은 계란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사진에 있는 환승 지점으로 옮겨지고, 그 후 생산 건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세척과 배송 포장이 이뤄지거나 액체 형태의 배송을 위해 껍데기를 깨는 일이 진행된다.


허브루크 가족은 1990년대에 이미 닭장 비사용 방식이라는 미래를 내다봤다. 2005년부턴 닭장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그는 “우린 일종의 반역자”였다고 말했다. 현재 허브루크가 사육하는 가축 중 50%는 비교적 자유롭게 살고 있다(전체적인 업계 평균 비율은 10%다).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생산된 계란의 공급은 다른 고객들에게 이미 배정되어 있어, 허브루크는 내년까지 맥도널드에 닭장 비사용 방식 계란 공급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완전히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전환하기까진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계사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다. 허브루크의 예상으론 시설 중 26개를 개조하고 추가로 5개를 새로 지어야 맥도널드가 필요로 하는 규모의 닭장 비사용 계란을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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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한 성격의 허브루크(58)는 최근 이틀에 걸쳐 자신의 계사를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우리 둘은 보호용 타이벡 Tyvek 전신 작업복을 입고 닭장 방식 계사 한 곳을 먼저 방문했다. 내부는 한때 과학적인 생산 방식이라 불렸을 법한 전형적인 느낌이 감돌았다. 조용하고 통제된 곳이었다. 닭들이 빽빽하게 우리 안에 갇혀있었다. 계란이 곧바로 조용히 벨트에 떨어졌고, 닭과 다시 접촉하지 않은 채로 포장 공장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선 9만 5,000마리의 닭이 하루 8만 5,000개의 계란을 낳고(허브루크에 따르면 늙은 닭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말엔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다), 가로 60cm, 세로 49cm 크기의 닭장에서 한 마리의 수탉이 5마리의 암탉과 짝짓기를 한다. 너무 깔끔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란을 깨 오믈렛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공기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했고, 암모니아 수치가 1ppm도 되지 않았다.

우린 닭장 비사용 계사에 들어가기 전,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허브루크는 다른 환경으로부터 박테리아가 유입되는 걸 원치 않았다. 질병을 퍼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닭장 비사용 시설에 발을 들여 놓자 내 앞에 요란스러운 별천지가 펼쳐졌다. 타이벡 전신 작업복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이 기쁠 정도였다.

이곳에선 닭들이 지배자였다. 우리 머리 바로 옆에 있는 구조물들 사이로 닭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약한 놈들은 앞쪽을 돌아다녔고, 우두머리들은 한 층 위에 앉아 모든 것을 내려다 보았다. 배설물이 위층으로부터 떨어졌고, 벨트 위로 이동하던 계란 몇 개에는 때가 묻어 있었다(나중에 세척 과정을 거친다). 그곳을 떠날 때 필자의 신발은 마른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고, 전신 작업복 뒤로 떨어진 약간의 배설물이 셔츠에 묻어 있었다.

계사 내부는 닭장 방식과 거의 비슷하지만 문이 없었다. 닭 한 마리당 공간의 크기는 (닭장 방식의) 거의 2배였다. 체중이 평균 1.7kg 정도인 이곳의 닭은 닭장에 갇힌 닭보다 더 무거웠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더 많은 모이를 먹어치웠다. 허브루크는 “이게 닭장 비사용 방식과의 차이점”이라며 “닭에게 무언가를 그냥 지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허브루크가 현재 수준의 사육 방식을 실현시키기까진 무려 18년이 걸렸다. 그 사이 닭장 비사용 방식 운동 선진국인 독일에도 몇 번 다녀왔다. 사육자들은 닭이 실내에서 알을 낳게 하기 위해 봄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닭장 사용 여부와 상관없다). 그렇게 하려면 하루 15시간의 조명이 필요하다. 초기 닭장 비사용 방식 계사에선 닭이 전구를 쪼아대는 바람에 전구가 풀려 나와 계란용 벨트에 굴러 들어오곤 했다. 해결책은 금속 스크린이었다. 허브루크는 산란 구역을 나누기 위해 옆면이 단단한 박스가 아닌 붉은 플라스틱 커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개의 박스에 너무 많은 닭이 몰려서 서로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계사 디자인은 대부분 닭이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배설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목적에 부합하게 홰를 위치시켜 닭이 스스로의 먹이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허브루크는 폭넓고 납작한 홰를 둥근 형태로 바꿔 닭이 그 위를 걷지 못하게 방지했다. 그는 “홰 위를 걷게 하면, 그 위에서 배설을 하고 발이 더러워진다”며 “닭의 발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브루크는 ‘지속 가능한 계란 공급을 위한 연합’의 연구를 통해 강조된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먼저 계사의 3개 층 사이에 바닥재를 깔았다. 닭이 날기를 시도하다가 어쩔 수 없이 추락할 때 뼈가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층 사이를 오갈 수 있는 45도 각도의 경사로를 설치했고, 바닥에 난방 시설을 깔아 배설물이 계속 마르게 했다. 닭들은 산란 구역을 사용할 때 항상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매일 12만 5,000개의 계란 중 300개 정도는 바닥에 낳는다. 직원들이 밤에 돌아다니며 바닥에 앉아 있는 닭들을 일일이 들어 침대처럼 생긴 구조물에 넣어준다. 정해진 곳에 알을 낳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닭장 비사용 닭을 키우는 허브루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조기 사망률이다. 닭장 사육 닭의 사망률은 3~4%인데, 닭장 비사용 사육 닭은 5~7%에 이른다(둘 다 닭장 비사용 연합 연구에서 나타난 12%의 사망률보단 낮다). 그는 장기적으론 조기 사망률을 훨씬 더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브루크는 “그래야만 한다. 사망을 유발하는 사육 환경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개선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치는 않지만 닭장 비사용 계란이 가진 난제 중 하나는 유전적인 문제다. 사육 농부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오래된 방식을 유지해왔고, 닭장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성질을 지닌 닭을 선별해왔다. 무엇보다도 흰색 닭을 선호했다. 흰색 닭은 갈색 닭에 비해 모이가 적게 든다. 하지만 허브루크는 흰색 닭이 A형의 성질, 즉 다른 닭들과 상호작용하는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변덕스런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갈색 닭은 더 얌전하지만 갈색 계란을 낳으며, 갈색 계란은 껍데기에 변색된 반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맥도널드 같은 고객들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흰색 계란을 선호한다. 그래서 농장 사육자와 과학자들은 갈색 닭의 얌전한 성질을 흰색 닭에게 이식할 수 있는 번식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에는 몇 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계란을 생산한다는 건 인건비가 더 많이 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원들은 가장 낮은 서열에 속하는 비교적 약한 닭들을 돕는 ‘닭에 대한 봉사(serve the bird)’-허브루크의 모토다-를 해야 한다. 이들은 우두머리 닭에게 쪼이거나 위협을 받는다. 이는 알을 낳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은 뼈 부상부터 박테리아 감염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들로 고통을 겪는 닭들을 감싸 회복용 우리로 옮기는 작업도 해야 한다.




겁 없는 도전 - 3대 째 계란을 생산하는 양계 농부 그레그 허브루크는 이미 20년 전에 닭장 없이 닭을 키우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회사는 2005년부터 아예 닭장을 짓지 않았다.겁 없는 도전 - 3대 째 계란을 생산하는 양계 농부 그레그 허브루크는 이미 20년 전에 닭장 없이 닭을 키우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회사는 2005년부터 아예 닭장을 짓지 않았다.


허브루크는 자신이 키우는 닭들이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아픈 닭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환경이 더 비위생적이고, 스트레스 요소도 많아 질병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허브루크에게 이 같은 삶이 닭에게 더 좋은 것인지 물었다. 그는 “잘 아시겠겠지만, 닭에게는 흥미로운 삶”이라며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결정을 한다. 그게 중요하다면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스터브룩이 맥도널드 CEO에 오른 지 3일째 되던 날, 회사는 업계에서 ‘인체용 주요 항생제’로 불리는 물질을 자사 닭고기 제품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에게 투여하지 않는 항생제 한 가지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수장이 취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이었다. 그는 “고객의 음식을 실제적으로 선도하는 게 우리의 신뢰와 의지를 표명하는 길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러나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의 전환은 물론, 항생제 관련 결정도 이스터브룩이 CEO에 오르기 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맥도널드 미국 사업 부문 대표 마이크 안드레스 Mike Andres가 이 같은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이 일은 이스터브룩으로부터 지지 정도만 받은 게 아니었다. 신임 CEO는 계획이 완전해지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하도록 밀어붙였다.

이스터브룩의 지휘 아래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발표하기까지 기다리기보단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는 데 좀더 개방적이 됐다. 맥도널드의 최고 공급망 및 지속가능성 책임자 프란체스카 드비아세 Francesca DeBiase는 “과거에는 100%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얘기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스터브룩은 “내가 하고자 했던 역할은 우리 팀이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맥도널드에서 근무했던 이스터브룩의 경력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과거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Price Waterhouse에서 근무했던 그는 1993년 맥도널드에 합류했고, 2006년까지 어려움에 빠져있던 사업을 이끌었다. 이스터브룩은 BBC 방송에서 패스트 푸드 내이션 Fast Food Nation의 저자 에릭 슐로서 Eric Schlosser와 토론을 벌이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비평가들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토론이었다. 그는 결국 영국 사업을 회생시켰다는 공을 인정받았다. 번스틴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사라 세나토레 Sara Senatore는 “본질적으로 그는 이와 유사한 노력을 통해 식품의 품질과 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서도 같은 노력을 계속하는 그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터브룩은 맥도널드에서 점점 더 높은 위치에 올랐고 2010년 유럽지역 사장까지 승진했다. 2011년에는 회사를 떠나 영국 체인사업체 피자익스프레스 PizzaExpress와 영국 라면 바 체인 와가마마 Wagamama의 CEO를 잇달아 맡았다. 하지만 2년 후 이사회가 그를 다시 영입해 글로벌 최고 브랜드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2015년 CEO였던 돈 톰프슨 Don Thompson이 회사의 위기 과정에서 물러나자 이스터브룩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스터브룩이 미국으로 옮기기 이전에도 이미 순수 식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추진력을 얻었다. 예를 들어 영국 맥도널드는 오랫동안 닭장 비사용 닭이 낳은 계란만 사용했고 유기농 우유도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변화 노력 또한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 농무성 농업 마케팅 서비스(Agricultural Marketing Service) 부문의 가축, 가금류, 종자 프로그램 부국장 크레이그 모리스 Craig Morris는 “2년 전 ‘풍성해진’ 사육 방식을 뛰어 넘어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모든 것이 식품을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쪽으로 방향이 돌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따른다. 계란 생산자 연합(United Egg Producers)의 추정에 따르면, 닭장 비사용 방식을 위한 계사 건축에는 닭장 방식보다 2~3배 가량 비용이 더 들어간다. 미 농무성의 모리스가 계산한 비용을 모두 합산해보면 사육 방식 전환에 약 7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막대한 금액이다. 업계 전체의 연간 소매 매출 전체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판매자들에게 엄청난 금액임에 틀림없다.

맥도널드는 함께 일하는 생산자들과 함께 사육 방식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영진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육 방식에 대한 투자로 인해 마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다른 계란 매입업체들은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맥도널드에 계란을 공급하는 또 다른 업체의 피터 포스먼 Peter Forsman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혼란을 빚을지 사람들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의 전환은 결코 최종 목표가 아니다. 최소한 동물 권리 활동가들에겐 그렇다. 세계 가축애호 협회(Compassion in World Farming)의 미국 식품사업 책임자 레이철 드레스킨 Rachel Dreskin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산란용 닭들이 목초지 기반 체계에서 더 많이 사육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 생산자들은 이 말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풍성해진’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큰 비용을 투자하고도 10년 안에 경쟁에서 뒤쳐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허브루크는 “닭장 비사용 방식으로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토양 기반 방식이 일반적인 기준이 되는데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다. 닭과 계란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닭을 실내 닭장으로 들여 놓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몇몇 단체들은 이미 맥도널드에게 가금류에 대한 접근법과 유사한 항생제 정책을 돼지와 소에도 적용하고, 해당 정책을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맥도널드가 다른 가축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건 가금류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닭의 경우 전담 공급업체들이 있어 본질적으로 모든 단계에서 닭의 취급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와 돼지의 공급망은 훨씬 더 통제가 어렵다. 더 많은 공급자와 중간업자가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소와 돼지는 더 오래 사는 더 큰 동물이어서 항생제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터브룩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라며 “우리도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구해야 하고, 동시에 대다수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매력과 접근성도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Beth Kowitt

by beth ko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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