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와 화폐개혁이 초래한 혼란으로 인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수출둔화와 내수위축에 따른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인도 자산 팔아치우기에 나서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 대선 승리가 확실해진 지난 9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인들은 인도 자산을 순매도했다. 상장 및 비상장주식 거래 등을 포함한 외국인 자본의 순유출 규모는 2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19억5,563만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인도 루피화 가치도 9일 이후 3.5%가 빠져 24일 2013년 8월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68.74루피로 마감했다. 인도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다음날 달러당 68.57루피까지 가치가 소폭 회복했지만 전문가들은 몇 개월 내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70루피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순항하던 인도 경제가 이처럼 흔들리는 것은 대내외 악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경제성장의 엔진인 수출에 먹구름이 낀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가 강해지며 신흥국으로부터 글로벌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화폐개혁으로 인한 내부 혼란까지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모디 총리는 8일 시중 유통 화폐의 86%를 차지하던 500·1,000루피 구권을 500·2,000루피 신권으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발표했다. 현금 사용비율이 90%를 넘는 인도의 거대한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 신권 공급이 늦어져 회수된 구권 중 신권으로 바뀐 비율이 7%에 불과하고 현금입출금기(ATM) 교체가 지연되는 등 준비 부족이 드러나면서 인도 경제의 유동성은 빠르게 말라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유동성 부족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실적을 악화시켜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나브 센 전 인도 통계청장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3%포인트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