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도 촛불집회의 뜨거운 열기를 사그라들게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첫 눈이 내리면서 집회 참가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인근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이전의 촛불집회 풍경처럼 아이들 손을 잡고 광장을 찾은 국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경 인파는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김호준씨(40)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촛불집회가 위축될 거라는 뉴스를 봤다. 아이가 어려서 고민은 했지만 따뜻하게 입고 나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어떠한 변수도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2학년 이수연양(17)은 주머니에서 핫 팩 하나를 꺼내 기자에게 건네며 “국민들 모두 여전히 이렇게 뜨겁다는 기사를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양 역시 김호준씨처럼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참가자가 줄어들까 걱정돼 오히려 꼭 참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엄중함을 국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 포위 행진이 사상 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집회에 서울 15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 울산, 광주, 전남, 경남 등 각지에서도 같은 시간대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