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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로 코너 몰렸지만...국민연금 "전문위에 '의결권행사' 전권위임 능사 아냐"

'민감 사안' 기금본부 요청 없어도

위원 3명이상 요구땐 행사 가능

'국민연금 의결권 개정안' 재차 주목

기금운용 전문가 아닌 외부 9명

책임 없이 자칫 권한만 커질수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반론 커져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이 검찰의 외압 의혹 수사로 귀결되면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삼성물산 합병안’처럼 민감한 사안은 의결권행사 외부 전문위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외부 전문가에게 기금 수익률과 직결된 투자 기업의 의결권 행사를 의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들은 지난해 10월 3명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으면 기금본부가 아닌 전문위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의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개정안’을 복지부에 제출했다. 현행 의결권 지침은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은 기금본부가 투자위를 열어 찬반을 결정하고 판단이 어려울 때만 전문위에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을 둘러싼 검찰 수사로 국민연금이 코너에 몰리면서 이번 개정안은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543조원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외부 위원회의 결정에 맡기는 격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다. 현재 의결권 전문위는 정부·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학계 등에서 추천한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기는 2년이다. 대부분 교수·변호사 출신으로 기금 운용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기금 수익률에 따라 성과평가를 받고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을 묻는 기금본부 직원과는 달리 비상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는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어려운 구조다. 의결권 전문위의 권한 강화가 자칫 책임은 없이 권한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한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의결권 전문위로 넘기는 것을 만고의 진리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기금본부가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기금본부의 독립적 의사 결정을 보호하되 의결권 전문위가 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삼성물산 합병안에 찬성 결정을 내리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당시 찬성 결정을 내린 8명의 기금본부 운용역들에게 개별적으로 1,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내기도 했다. 이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기금본부 직원들은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는 국민연금의 증시 지배력 확대 추이를 고려할 때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은 100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6.7%를 차지한다.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2021년 기금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하면 증시 지배력은 10%를 넘게 된다. 제2, 제3의 삼성물산 합병안과 같은 민감한 사례는 더욱 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관계자는 “해외 주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정해진 지침에 따라 자체적인 판단으로 결정한다”며 “갈수록 커지는 기금 규모를 감안할 때 책임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채 의결권 전문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은 좀 더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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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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