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90만 촛불이후...대한민국 운명의 일주일]400m→200m 앞까지...시민들 청와대 턱밑서 "대통령 퇴진" 외쳐

■거리 좁혀지는 시위대-靑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

靑 동·서·남쪽 2㎞ 인간띠 이어

"민심이 어떤건지 보여주겠다"

눈·비 궂은 날씨에도 거리로

"최순실 부역자들 청산해야"

서울대 교수 4·19후 첫 집단행동

20여개국 50개 도시서도 '촛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시민들이 깃발과 대형 풍선을 앞세우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인근 청운동까지 행진하고 있다(왼쪽 위).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트로카데로광장에서 교민과 유학생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아래 사진).  /권욱기자·파리=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시민들이 깃발과 대형 풍선을 앞세우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인근 청운동까지 행진하고 있다(왼쪽 위).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트로카데로광장에서 교민과 유학생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아래 사진). /권욱기자·파리=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모인 시민들은 청와대 동쪽과 서쪽·남쪽 2㎞ 구간을 에워싸고 인간띠를 이으며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턱밑까지 다다랐다.


대학생 한병모(25)씨는 “이래야만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민의 함성이 전해져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19일 4차 촛불집회에서 청와대에서 직선거리 약 400m 지점까지 행진을 허용했던 법원은 이날 청와대 앞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촛불집회가 거듭될수록 시위대와 청와대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이날 열린 5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서울 150만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9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집회 참가 연인원 190만명은 ‘전체 인구의 3.5%가 정치 행동에 나서면 어떤 정부도 버틸 수 없다’는 미국 덴버대 에리카 체노워스 교수의 ‘3.5%의 법칙’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190만명은 대한민국 인구 5,100만명의 3.5%인 180만명을 10만명가량 웃도는 수치다.

통신업계도 이날 통화시도량과 통신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광화문광장 부근에 14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8시 기준 광화문광장 KT LTE망에 들어온 통화시도는 344만여건으로 수용 가능량의 20배가 넘었고 3G(세대)망에도 16만9,000여건이 몰렸다.


특히 눈비와 찬바람이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도 들불처럼 번지는 촛불을 막지는 못했다. 최근 한 달간 전국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연인원만 400만명(주최 추산)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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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이날도 평화집회 기조를 이어갔다. 통의로터리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자정이 넘도록 시위대와 경찰 간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민단체 회원 4명이 북악산을 넘어 군부대를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가 검거됐다가 훈방조치됐다.

눈이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우비를 입고 나온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이수지(35)씨는 “날이 추워 사람들이 덜 나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라며 “민심이 어떤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고 생각보다 춥지만 마음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도 1960년 4·19 혁명 이후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들은 “최순실과 연루된 교수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제대로 진상을 조사해서 부역자들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인도 뉴델리 등 20여개국 50개 도시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는 교민과 유학생·관광객 등 한인 400여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파리8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윤상원씨는 “외국에 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다음달 3일에도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구체적 집회 방식과 행진 경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성욱·이두형·이수민기자 secret@sedaily.com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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