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마켓 인사이드]화폐개혁 승부수 던진 모디...남몰래 박수치는 카드사

"검은 돈 뿌리 뽑는다" 루피 고액권 깜짝 환수

현금거래 줄이면 카드사용 확대 정책 불가피

비자·마스타, 12억 인도시장 놓고 벌써 전쟁



인도 정부의 고액권 통용 중단 조치로 인도 경제에 대한 위기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카드사들은 오히려 이를 투자 기회로 여기고 있다. 지난 8일 인도 정부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금 거래를 줄여 탈세를 막고 투명한 경제를 만들겠다며 500루피(약 8,580원)·1,000루피짜리 고액권 사용 중단 조치를 깜짝 발표하면서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카드사들은 투자의 적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현금 거래를 줄이면 상대적으로 카드 사용 확대를 정책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시장에서는 글로벌 카드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시장에 대한 카드사들의 관심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12억 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업체들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아자이 방가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는 ‘현금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인도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 세계 소매판매 중 80%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인도는 이보다 현금 결제 비율이 높아 그만큼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9월 인도 정부 및 인도 은행 연합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방가 CEO는 인도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화폐 개혁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인도를 디지털 경제로 이끌 수 있는 과감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스터카드와 함께 카드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비자의 경우 지난달 인도에 전자 결제 확대를 제안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비자는 인도가 전자 결제 시스템을 확대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700억 달러(약 82조 5,650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정부도 카드사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주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인도개조국가기구(NITI)의 아미타브 칸트 CEO는 비자 측에 서한을 보내 “인도는 현금이 적은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지하경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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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8일 인도 정부가 화폐 개혁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은행에 몰린 고액권 규모는 카드사업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8일 인도 정부가 500루피, 1,000루피짜리 고액권 사용 중단을 발표한 이후 지난 21일까지 소액권으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모인 고액권은 총 800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 외의 신흥국들도 경제 발전을 위해 전자 결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글로벌 카드사들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셰 오렌버치 크레디트 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종이 화폐와 수표가 카드 결제로 바뀌게 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함께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회사가 인도에 투자를 늘리는 모습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도 정부가 화폐 개혁에 따른 혼란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액권 사용 중단 조치 후 수많은 인도인들이 은행 앞에서 장사진을 치르는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회의(INC) 등 야당은 오는 28일 이번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소비 둔화도 현실화하면서 HSBC은행은 인도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1년간 전년대비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지하경제에서 머물던 많은 자금이 이제 은행 체제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며 “은행은 우리 경제를 지탱할 더 많은 자금을 가질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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