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 경제지표들이 급변하고 있다. 금리와 달러화 급등 와중에 보호무역 우려까지 가세해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은 커졌다. 미국 증시 신고가 갱신, 엔화와 금 시세 약세 등도 예상치 못했던 흐름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트럼프 효과라고 말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모든 변동성 원인에 트럼프가 있는 것인가.
필자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시절에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연말연시·선거·대형사건 등과 관련된 증시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 흐름을 사후 검증해보면 특정시기나 돌발사건이 증시에 일시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충격의 범위는 이론적 검증이 가능한 경제적 요인 안에서다. 돌덩이 하나가 바다에 던져지면 물결을 만들기도 하고 큰바람이 불면 파도가 생기기도 하지만 조류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다.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금리 반등세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글로벌 경제는 크게 훼손됐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적완화 및 금리 인하 정책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화하면서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저금리 수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등 기존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 조짐도 곳곳에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경기전환 효과까지 더해지며 금리를 인상하려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시작되고 있었다. 즉 금리 상승 전망은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급등을 일시적 마찰적 요인의 결과로만 보려는 심리가 시장에 있는 듯하다. 혹시 우리가 저금리 시대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것은 아닐까.
6월 말 1.4%대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3%를 상회하기 시작했는데 경제현황을 고려해 적정금리를 산출하는 테일러 준칙에 따른 이론적 금리는 3.6% 정도이다. 즉 최근 금리 상승은 저평가된 금리의 정상화 과정이며 트럼프는 단지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던 것일 수 있다. 금리 방향은 자본의 전반적 흐름을 좌우한다. 금리 상승 추세에서는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늘면서 경제순환이 빨라지고 이는 상품 및 원자재 수요를 촉발한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대감을 수반한 금리 상승은 투자사이클의 선순환을 유발한다. 또한 채권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그간 유동성이 과하게 유입됐던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유턴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단초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당연하다. 특히 기존에 왜곡된 수준이 클수록 그 기간이 길수록 변화에 따른 충격은 크다. 그러나 모든 경제현상을 볼 때는 일시적 요인이 아닌 펀더멘털적 요인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 오랜 기간 누적된 왜곡 현상의 빠른 정상 회귀를 혹시 트럼프라는 요소 때문에 그 본질 파악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