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는 혼란 최소화할 정치일정에 지혜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단축 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긴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이 협의해 정권 이양 방안을 결정지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혼란을 책임지겠다면서도 명백한 퇴진 시점이나 방식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눈앞의 탄핵위기를 모면하려고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일견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작금의 국가위기는 정치적 득실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다. 나라의 품격을 유지하고 사회 혼란을 최소화한다면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와 함께 정치적 합의에 따라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안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퇴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도 이를 성급하게 걷어차 버리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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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회에 정권 이양 방안을 위촉한 만큼 당장 국회가 택할 수 있는 퇴진 방안은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과 대통령 탄핵 등 두 가지다. 하지만 개헌은 야당 내에서조차 찬반의 양극단으로 갈리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탄핵이다. 다행히도 국회는 이미 탄핵 절차를 밟고 있다. 대통령 퇴진 시점을 앞당기고 싶다면 야당 스스로 탄핵 절차에 속도를 더하면 될 것이다.

야당도 공이 국회로 넘어온 이상 과거 청와대의 책임총리 제안을 거부하는 식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국회는 탄핵 절차와 함께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선거관리용 총리를 결정하고 차기 대선 일정까지 포함한 정치시간표를 결정해 청와대에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이제는 정치권과 국회의 활동을 지켜보며 시국집회를 자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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