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홍대입구역과 강남역 근처에는 취업용 이력서 사진으로 유명한 스튜디오가 있다. 이곳은 여느 동네 사진관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의상을 고를 수 있는 공간과 사진 찍는 장소, 포토숍 구역 등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작업 순서는 이렇다. 손님이 번호표를 뽑아 대기하고 있으면 담당 사진사가 지정되고 사진 촬영에 들어간다. 테스트 컷에 본 촬영까지 여러 장을 찍은 후 포토숍 구역으로 옮겨 사진사와 고객이 함께 수정작업을 한다.
그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을 고르면 마무리된다. 사진 인화까지 몇 단계를 거치고 공을 들이는 만큼 비용은 만만찮다. 여성들의 경우 의상까지 대여하면 1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잘 나온 사진을 구하는데 수십만원을 썼다는 취업자도 많다. 이렇게 사진에 시간·돈을 아끼지 않는 것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절반이 외모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중 43%가 ‘외모가 좋으면 유리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 외모 탓에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구직자도 20%를 넘었다.
통계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매월 15만원을, 취업 성공자들은 구직을 위해 외모관리에 평균 24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하는 현실이 외모 관리에 더 집착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엊그제 입사 원서에 사진부착 등을 금지하는 ‘채용절차공정화법’을 통과시켰다. 본회의에서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취지는 외모지상주의를 완화시키고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외모관리에 쏟아붓는 사회적 비용 등을 생각하면 공감이 간다. 그렇더라도 신원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 특성을 무시한 채 일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아쉽다. 법 시행 전까지 채용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었으면 좋겠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