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향후 구조개편 작업에 앞서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최근 배당 규모를 늘려왔다. 지난 2012년 약 1조2,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연간 현금 배당액은 2014년 실적 하락 위기에도 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었고 지난해는 3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약 4조원으로 확 올린다는 게 삼성전자가 29일 제시한 배당 목표다. 지난해와 비교해 36%나 증가한 액수로 1주당 배당금은 2만8,500원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 같은 대규모 주주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위해 올해와 내년까지 연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쏟아붓겠다는 새로운 정책도 주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더욱 규모를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50% 가운데 배당을 하고 남은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다. 지난해에서 이월된 잉여금 8,000억원도 함께다. 매입하는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에도 향후 3년에 걸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4분기까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4회에 걸쳐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29일 “2018년 이후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검토 결과가 나오면 새 주주환원 정책도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설비 투자와 운영 자금, 인수합병(M&A)을 위해 65조~70조원 정도 순현금을 유지하되 3년마다 현금 보유 상황을 점검해 적정 수준을 넘기면 주주환원에 쏟겠다는 방안도 이날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번에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분기별 배당을 시작하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태까지 중간·기말 등 연 2회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현금을 나눠줬는데 이제 그 횟수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 중 영업활동을 통해 분기별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포스코와 한온시스템이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시작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애플과 인텔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분기 배당은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 확보를 염두에 둔 장치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다독이는 수준을 넘어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지분을 들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표를 획득하겠다는 의도라는 의미다.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훼방놓았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적극 찬성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