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사모펀드 인기 타고 자산운용사 운용자산 900조 돌파

사모펀드 수탁고 처음으로 공모펀드 추월

경쟁 심해진 전문사모운용사 절반이 적자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1일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의 3·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 148곳이 운용 중인 자산은 901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6월 말(871조원)에 비해 석 달새 무려 3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운용자산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펀드수탁고가 전 분기 대비 2.4% 늘어난 473조원, 투자일임계약고는 4.6% 증가한 428조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크게 불어난 것은 사모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펀드수탁고 가운데 사모펀드는 242조원으로 처음으로 공모펀드(23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228조원)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말 200조원 규모에서 9개월 만에 40조원 넘게 불어나며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상대적으로 투자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에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전 분기 대비 1.3% 감소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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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4분기 자산운용사들의 순이익은 총 2,44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2.6% 증가했다. 펀드 운용보수 감소로 수수료 수익이 줄었지만 지분법 이익 등 영업외수익이 1,000억원 넘게 늘어난 결과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9월 미래에셋캐피탈 지분(29.53%)을 취득하면서 1,182억원의 지분법 이익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때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법 이익을 제외하면 자산운용사 순이익은 1,54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3% 줄어들게 된다.

조사 대상 148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95개사는 흑자(2,608억원)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53개사는 적자(-165억원)를 냈다. 다만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경우 총 74개사 중 절반이 넘는 38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시장에 진출하는 전문사모운용사들이 늘면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6월 말 이후 신설되거나 투자자문사에서 전환한 자산운용사 10곳 모두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가 900조원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문사모운용사의 과반수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신생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자금 쏠림 등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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